채무조정 실효성 점검⋯권대영 “금융사, 재기지원 적극 나서야”

채무조정 이용 저조 문제점 지적⋯소멸시효 제도 퇴색
공공부문 중심 채무조정 한계 “금융사 적극 나서야”
소멸시효 연장·부활 관행 개선 포함한 제도 정비 추진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중구 서민금융진흥원에서 채무자에 대한 채무상담 등 현장 경험이 풍부한 민간 전문가, 유관기관과 함께 개최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관련 현장 간담회에서 금융회사등의 개인 연체채궈 관리실태 파악 및 개선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사진제공=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가 개인 연체채권 관리 실태를 전면 점검하고 금융사의 자체적 채무조정 역량을 강화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금융위는 29일 권대영 부위원장 주재로 ‘개인 연체채권 관리 관련 현장 간담회’를 열고 개인 연체채권 관리 전반에 대한 현장 의견을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는 금융감독원,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서민금융진흥원, 신용회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금융연구원 등 전문가들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이 대통령이 지난 4일 충청권 타운홀 미팅 이후 소상공인의 부채 문제 해결을 위해 “당신이 금융당국이라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꼭 물어서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권 부위원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실업, 질병 등 예측할 수 없는 사유에 기인한 채무불이행 책임을 모두 채무자가 부담하는 것은 과도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면서 “채무 상환 압박은 채무자의 정상생활 복귀를 방해하고 결국 채권 회수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그는 “그간의 채무조정 제도 정비에도 상당수 연체자가 채무조정을 이용하지 않고 장기연체자가 되는 상황”이라면서 “ 장기연체 상태에 계속 머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소멸시효 제도가 있지만 이마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 발생 시 채권자와 채무자는 수평·호혜적인 관계이나, 연체 단계에서는 대등하지 않다는 점도 강조했다. 권 부위원장은 “개인 연체채권 관리와 관련한 제도 정비 시 채권자와 연체 채무자의 대등하지 못한 권력관계를 전제로 채무자를 보다 두텁게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장기연체자 증가, 소멸시효 남용, 채무자 보호 한계 등 다양한 문제가 논의됐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박사는 “우리나라의 연체채권 관리 체계는 ‘채무자 보호’보다 ‘재무 건전성’ 중심으로 설계됐다”며 “채권 매각 전후에도 채무자 보호 의무를 부과하는 미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채권이 반복 매각되면서 추심 강도가 강화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며 “무분별한 소멸시효 연장과 시효 부활을 막기 위해 채무자 보호 제도를 재입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그는 최근 대법원이 소멸시효 부활 판례를 58년 만에 변경한 점도 언급했다.

박상춘 신한저축은행 상근감사위원은 “채무조정은 일회성 지원이 아니라 채무자의 근본적인 재기를 돕는 수단이 되어야 한다”며 “소멸시효 완성채권은 신속히 소각해야 한다” 평가했다.

강명수 한국금융복지상담협회장은 “채권자 변동 시스템에 등록되지 않은 채권의 추심은 제한돼 있다”며 “위반 여부를 철저히 점검하고 엄정 제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문주 변호사는 “채무자의 소득·질병 등 정보를 실시간으로 연계해 금융사가 상환능력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채무조정과 장기연체채권 소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금융사의 역할 확대 필요성도 언급됐다. 권 부위원장은 마무리 발언에서 “우리나라 채무조정과 채무자 재기 지원은 공공부문이 중심이 되어왔다”면서 “이제는 민간 금융사도 자체적인 채무조정과 채무자 재기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연체 채무자도 여전히 금융사의 고객’이라는 시각이 정착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고, 채무자와 금융회사가 상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번 논의 내용을 토대로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소멸시효 무분별 연장과 시효 부활 관행 제한을 포함해 금융사의 개인 연체채권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