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9곳에 대기 시간 복불복
일부 충전소선 예약제 도입

이달 22일, 서울 영등포구 H국회수소충전소에서 만난 신영재(39) 씨는 “넥쏘 할인 영향인지 요즘 충전 대기 줄이 더 길어졌다”며 “출·퇴근 시간엔 아예 포기한다”고 토로했다.
국내 수소전기차 보급대수가 4만 대에 육박했지만 수소충전소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차량은 빠르게 늘어나는데 충전 인프라는 도심에서 갈 곳이 없다. 현대자동차가 2018년 세계 최초 양산형 승용 수소차 ‘넥쏘’를 선보인 뒤 7년 만인 올해 상반기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할 예정에 있어 충전소 부족 문제는 다시 화두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지금도 수소차 이용자들은 충전소를 찾아 헤매고, 타이밍을 조절하며 일상과 일정을 조율하는‘생활형 눈치싸움’을 벌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용자들의 불편은 현장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날 오후 2시 국회수소충전소에는 차가 한두 대씩 끊임없이 진입했다. 직장인들이 대부분 근무 중일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충전 대기 줄은 금세 4대로 불어났다. 차량 한 대당 평균 5분이 걸리는 수소 충전 특성상 가장 마지막 차량은 20분 이상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용자들이 특히 몰리는 퇴근 시간 때에는 충전소 입구 밖으로 줄이 길게 늘어서기 일쑤라고 했다.
서일원(가명·60) 씨는 “전라남도 광주까지 수소차로 갔다가 충전소를 못 찾아 곤란했던 적이 있다”며 “이젠 출·퇴근용 단거리만 탄다”고 토로했다. 이어 “다음엔 수소차는 안 살 생각”이라고 했다. 해당 충전소는 오전 8시부터 밤 12시까지 영업한다. 일 평균 약 70~100대가량 충전 가능하다. 차량 내 수소 잔량이나 압력 등에 따라 충전 가능 차량이나 대기 시간은 달라진다. 국회수소충전소 관계자는 “하루에 붐비는 시간 때는 엄청 붐빈다”면서 “국회수소충전소는 예약제가 아니어서 손님들이 오가며 편하게 들리는 구조”라고 귀띔했다.
실제 수소차 보급 현황에 비해 수소충전소 확충은 그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는 실정이다. 한국석유관리원 수소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수소충전소는 지난달 말 기준 총 218곳이다. 지역별로 경기도가 38곳으로 가장 많았고, 충청북도(22곳), 경상남도(23곳), 울산(13곳), 부산(10곳)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시내 수소충전소는 단 9곳. 등록된 수소차 약 3200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충전소 한 곳당 약 354대를 감당해야 한다. 예약제가 도입된 서초·상암 등 일부 충전소는 전날 예약조차 쉽지 않다. 이용자들은 카페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대기 무’, ‘지금 충전 1대’ 같은 실시간 충전 정보를 공유하며 충전 전략을 세운다.
3년째 넥쏘를 운전하고 있는 유헌오(53) 씨는 “집이 강서, 직장은 하남이라 매주 수소충전소를 전전한다”며 “환경을 생각해 산 수소차인데 인프라만 갖춰지면 계속 타고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단지 ‘대기줄이 길다’는 차원의 불편을 넘어선다. 수소차 구매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건 ‘운행 중 충전 실패’다. 장거리 운행 중 충전소 위치와 운영 여부, 대기 상황을 미리 파악하지 못하면 도심에서도 차량을 세워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이 같은 경험은 곧 소비자 이탈과 신규 구매 회피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그럼에도 충전소 확충은 더디다. 부지 확보 어려움, 지역 반발, 약 27억 원에 달하는 설치비용 등이 주요 걸림돌이다. 충전소가 기피시설로 분류돼 상업지·주거지에 들어서기 어렵고, 관련 인허가도 복잡하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수소 충전소 확충을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도 도심 내 부지확보, 세제 혜택 등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전국 관공서와 정부기관, 공기업 등에 최우선적으로 수소충전소를 설치한다면 도심 충전소 개수를 대폭 늘릴 수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충전소 확대로 수소전기차 고객들의 편의는 획기적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