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침범해 1명 사망‧2명 중상 입었지만…대법 “중대한 과실인지 다시 판단해야”

1‧2심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배상 채무…면책 대상 아냐”
대법 “중과실 아닌 경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중앙선 침범 사고로 3명의 사상자를 낸 이모 씨를 상대로 제기한 양수금 청구 소송에서 대법원이 원고 승소 판결의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중앙선 침범 사고를 일으킨 사실이 곧바로 중대한 과실로 이어질 수 없다고 지적했다.

▲ 서울 서초동 대법원 전경. (뉴시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환송한다”고 지난달 17일 밝혔다.

사건은 1997년 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씨는 아버지의 차량을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넘어 맞은 편에서 오는 차량과 충돌했다. 해당 사고로 피해 차량에 타고 있던 3명 중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크게 다쳤다.

동부화재해상보험은 1999년 2월 사고 피해자들에게 4500만 원가량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이후 이 씨를 상대로 피해자들의 손해배상청구권을 대위행사하는 소송을 냈고 2012년 승소했다.

이 씨가 2014년 의정부지방법원에 파산 및 면책 신청을 내면서 문제가 복잡해졌다. 이 씨는 2015년 6월 법원으로부터 면책결정을 받았다. 당시 동부화재해상보험의 채권도 면책 대상 목록에 포함됐다.

2020년 2월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은 동부화재해상보험으로부터 이 씨와 관련된 채권을 넘겨받았다. 이후 2022년 6월 이 씨를 상대로 양수금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은 이 씨가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에 45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중앙선을 넘는 이 씨의 중대한 과실로 발생한 손해배상 채무이므로 면책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이 씨의 항소로 진행된 2심에서도 재판부는 동일한 판단을 내렸다.

다만 대법원은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이 비면책채권에 관한 법리를 오해했다는 것이었다.

대법원은 “이 씨가 약간의 주의만으로 쉽게 사고를 피할 수 있었는데 주의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며 “중과실이 아닌 경과실로 중앙선을 침범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해서는 안 된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씨는 자신이 주행하던 차로에 다른 차량이 진입하는 것을 보고 충돌을 피하려다 중앙선을 침범했다”며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는 사실은 중대한 과실이 있는지 판단하는 직접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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