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청이는 韓 경제, 코로나19 '슈퍼 추경'으로 위기 극복할까

입력 2020-02-25 14:58수정 2020-02-2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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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심리 메르스만큼 떨어지고 민간 성장기여율 2년 새 3분의 1로 줄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외출을 자제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주말인 23일 서울 종로구 종각 젊음의 거리 일대가 썰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이투데이DB)

가뜩이나 다리를 절고 있는 한국 경제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까지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전부터 불안했는데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설상가상이다. 이에 정부와 정치권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응급처방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이번 코로나19 추경은 과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당시 12조 원을 넘어서는 역대급 '슈퍼추경'이 될 전망이다.

◇소비심리 메르스만큼 떨어지고 민간 성장기여율 2년 새 3분의 1로 줄어 =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이미 한국 경제 상황은 썩 좋지 않았다. 한국은행이 25일 발표한 '2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6.9로 한 달 전보다 7.3포인트 급락했다. 낙폭은 2008년 조사 시작 이래 세 번째로 컸으며 메르스가 유행한 2015년 6월과 같았다.

소비자들이 지금 경제 상황을 어떻게 보는지를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 CSI는 12포인트(P) 급락한 66이었으며 향후경기전망 지수도 11P 하락한 76을 기록해 경제 여건에 대한 심리도 악화했다.

문제는 이 조사가 확진자 급증 전인 2월 10∼17일 이뤄졌다는 점이다. 신천지 사태가 발생하기 전으로 대구를 중심으로 확진자가 쏟아지기 시작한 것은 이달 20일부터다. 3월 소비심리지수가 곤두박질칠 것은 불가피하다.

한은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 등의 영향으로 경기 관련 지수가 하락한 가운데 가계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도 나빠졌다"며 "조사가 17일까지였기 때문에 국내에서 상황이 심각해진 부분은 반영이 덜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간 성장기여율 낙폭도 불안감을 불러오기 충분하다.

한경연에 따르면 한국의 민간 성장기여율은 2017년 78.1%에서 2019년 25.0%로 추락했다. 이 기간 미국은 95.8%→82.6%, 프랑스는 82.6%→58.3%로 내려간 것과 비교하면 낙폭의 규모가 큰편이다.

민간투자 역시 미국과 프랑스는 3년 연속 플러스였지만 한국은 2017년 11.1% 증가에서 2019년 6.0% 감소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재난안전대책위원장이 25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에서 열린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고위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청와대 김상조 정책실장, 이낙연, 이해찬 대표, 이인영 원내대표, 홍남기 경제부총리,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 메르스 추경은 12조 원…역대급 슈퍼추경 절실 = 코로나19 사태가 국가재난 수준으로 번지면서 추경 편성이 공식화됐다. 특히 당정청은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추경을 편성해 국회에서 처리하되, 만약 코로나19 영향으로 국회가 제대로 열리지 않을 경우에는 긴급재정명령까지 검토하기로 했다.

관심은 규모와 쓰임새다.

정부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세입부족분 보전분 5조6000억 원을 포함해 11조6000억 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이중 순수하게 메르스 대응과 피해업종 지원을 위한 재정 규모는 2조5000억 원이었다. 음압 격리병상 등 시설·장비 확충(1448억 원), 피해 병·의원 보조(1000억 원), 의료기관 융자(5000억 원), 관광업계 시설·운영자금 지원(3000억 원) 등이었으며 서민 생활 안정에는 1조2000억 원, 고속도로 등 사회기반시설(SOC) 건설에는 1조7000억 원을 각각 편성했었다.

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메르스 때보다 큰 만큼 역대급 슈퍼추경이 예상된다.

실제로 코로나19의 경제 여파는 심각한 수준이다.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메모리 반도체 수출 가운데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한다. 중국 시장 위축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10% 감소하고, 휴대전화 생산의 70%를 담당하는 중국공장 조업일수 단축으로 생산량 또한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기업 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사업장을 '셧다운'하는 일도 발생했다.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직원이 22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아 전 사업장이 일시 폐쇄된 바 있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중국 춘제가 끝난 후에도 와이어링 하니스 등 중국산 부품이 안정적으로 공급되지 않아 몇 차례 휴업을 연장하기도 했다.

유통업계 상황은 더 암울하다. 롯데면세점 명동점은 같은 건물을 쓰는 롯데백화점 본점이 확진자 방문으로 문을 닫으면서 이틀 반나절을 함께 휴점했다. 롯데면세점의 하루 평균 매출이 평소 200억 원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산술적으로 500억 원대 매출이 사라진 셈이다.

신라면세점 서울점과 제주점, 롯데백화점 제주점도 이달 초 확진자가 다녀간 사실이 확인되며 수일간 문을 닫았던 점을 고려하면 면세업계 전체의 피해 규모는 최소 1000억 원대를 넘은 것으로 추정된다.

롯데백화점 2월 첫 주말 매출은 지난해 설 연휴 직후 첫 주말과 비교해 11% 줄었고 신세계백화점은 12.6%, 현대백화점은 8.5% 줄었다.

항공·여행 업계는 초상집 분위기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항공사의 한중 노선 운항 횟수는 약 77% 감소한 상태다. 이달 1∼10일 중국 여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2% 감소했고, 동남아는 19.9% 감소했다. 항공권 예약 취소·환불이 급증하며 최근 3주간 항공사 환불금액은 3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같은 경제상황 타개를 위한 코로나19 추경은 부처별 사업계획이 취합된 뒤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지만 메르스 때 못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상황이 나아지면 10조 원 정도로 될 수 있지만 길어진다면 규모를 더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누가 봐도 심각한 상황이 됐고 재정 부담을 따질 시점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추경 재원은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과 수출 기업 등에 쓰여야 한다는 조언이다.

박 교수는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코로나19로 장사가 안된 분들에게 임대료를 일정 비율 지원하는 등의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며 "코로나19 피해자에게 배분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영업자가 타격이 크므로 정책금융으로 운영자금 등을 대출해줄 수 있을 것"이라며 "중국의 중간재 수요가 줄어드니 소비재나 중간재를 판매하는 수출기업이 어려워질 수 있어 금융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재원 마련도 관심이다. 추경 재원으로 활용될 수 있는 세계잉여금(총세입-총세출-이월액)은 지난해 기준 2조1000억 원 흑자로, 2014년 이후 5년 만에 가장 적었다. 이에 결국 적자 국채를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 메르스 당시 9조6000억 원은 신규 국채발행으로 조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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