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수출까지 꺾였는데…정부만 "견조한 흐름"

입력 2019-01-13 12:00수정 2019-01-13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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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황 불확실성' 단서 달았지만, 경기 판단 상대적으로 '낙관'

▲수출 관련 대외여건.(자료=KDI)

최근 경기에 대한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판단은 사뭇 다르다. 내수 둔화와 수출 대외여건 악화를 우려하는 KDI와 달리 기재부의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투자와 고용이 어렵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굳이 차이를 찾자면 부진의 수준을 조정으로 볼 것이냐, 둔화로 볼 것이냐 정도다.

소비와 수출에 대한 평가는 상반된다. KDI는 13일 ‘경제동향’에서 “소매판매액의 증가 폭이 축소되고 투자 감소 폭은 확대되는 등 내수는 전반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라고 판단했다. 수출에 대해선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등 수출여건도 점차 악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기재부는 11일 ‘경제동향’에서 “전반적으로 수출·소비가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봤다. “반도체 업황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단서를 달긴 했지만, 전반적인 평가는 긍정적이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KDI의 판단에 동의하는 분위기다. 소비에 대해선 유보하더라도, 수출은 지난해 12월 감소로 돌아선 데 이어 이달(1~10일)에도 전년 동월 대비 7.5% 급감해서다. 특히 지난해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던 반도체와 석유제품이 각각 27.2%, 26.5% 감소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는 “소비는 견조한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수출은 하락세로 보는 게 맞을 것이다”며 “반도체가 꺾이고 전체 수출이 마이너스가 됐는데, 이는 장기적인 추세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박 등 일부 품목들이 회복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반도체 등 주력품목의 감소 폭을 상쇄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반적으로 경기에 대한 기재부의 판단은 체감경기보다 낙관적이다. 정부마저 비관적이면 시장의 투자·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될 수 있어서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의 낙관적인 판단을 ‘낙관적인 인식’에 기인한 것으로 보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연간으로 보면 지난해 소비와 투자 모두 통계상으론 증가세를 유지했고, 정부도 그걸 근거로 견조한 흐름이라 판단한 것 같다”며 “다만 정부도 작년과 올해 성장률 전망을 모두 2.6~2.7%로 내려 잡았고, 수출도 지난해보단 못할 것이라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들을 고려할 때 정부가 올해 경제를 그리 낙관적으로 보진 않는 것 같다”며 “실제 견조하다기보단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겠다는 목표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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