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대유럽 FDI 4배 이상 증가
재정위기로 유럽이 가장 어려운 처지에 놓이면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손털고 나갈 때 중국투자자들은 오히려 유럽에 대한 투자 규모를 키웠던 것으로 분석됐다고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도이체방크 조사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대(對) 유럽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은 61억 유로에 불과했다. 이는 인도나 아이슬란드 나이지리아 등이 보유한 유럽 투자액보다 적은 것이었다. 그러나 2012년 말, 2년 만에 상황은 역전됐다. 중국의 유럽 FDI는 270억 유로(약 36조원)에 달해 2010년보다 무려 4배 넘게 증가했다. 특히 2010년에서 2012년 사이 유로존(유로화 사용 18개국)이 재정위기로 몸살을 앓았던 점을 감안한다면 중국이 베팅액을 늘린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 사이에서 극히 이례적인 행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투자 규모가 향후 10년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서치 컨설팅회사 로듐그룹의 티를로 하네만 중국투자조사 부문 전문가는 “유럽에 대한 중국의 투자가 엄청나게 증가했다”면서 “이는 부분적으로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린 것이며 또 다른 측면으로는 중국의 해외투자 구조가 개발도상국의 천연자원에서 선진국의 기술과 브랜드 확보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헤리티지재단에 따르면 2014년 현재까지 중국의 가장 큰 유럽투자처는 이탈리아로 지난 상반기에도 투자액이 급증했다. 올해 이탈리아로 흘러간 중국인 투자금은 35억 달러에 달한다. 포르투갈에 대한 투자액도 2011년과 2014년 급증했다. 영국은 2년간 꾸준히 투자액이 급증했으며 스페인은 재정위기 여파에도 증가세를 유지했다고 도이체방크는 설명했다.
중국의 ‘유럽사랑’은 유럽 경제 회복이나 기업 시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특히 중국 국영기업들이 유럽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도이체방크는 분석했다. 2008년에서부터 2013년까지 중국의 유럽 FDI에서 국영기업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78%에 달했다.
그러나 중국의 유럽투자가 항상 순탄치만은 않다고 FT는 전했다. 폴란드 수도 바르샤바와 중국 국경선을 잇는 도로 건설 프로젝트를 따냈던 중국의 국영 컨소시엄 코벡(Covec)은 2011년 폴란드 정부로부터 프로젝트 수주 2년 만에 취소를 통보받았다. 중국에 비해 까다롭고 엄격한 노동법 및 환경ㆍ동물 보호법 위반과 경비 초과 등이 누적된 탓이다. 이에 대해 FT는 법적 문화적 차이는 중국 투자자들이 사업을 진행하거나 기업을 인수하는 데 여전히 가장 큰 난관으로 남아있으며 중국 투자자들의 유럽에 대한 자신감을 위축시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