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순이익마진 떨어져 수익성 또다시 침체 우려 가중…보험사도 ‘이자율차 역마진’에 한숨
저성장ㆍ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금융권 곳곳에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상반기 일회성 비용으로 한숨을 돌렸던 은행은 하반기 이익폭이 또 다시 줄지 않을까 고민이고 보험은 추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역마진 우려에 걱정이 태산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6년 만에 첫 분기(2분기) 흑자를 기록하며 가까스로 위기는 모면했으나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부터 금융권 수익성 개선을 위해 매달렸던 투자은행(IB) 육성은 몇 년째 답보상태다.
당장 성과가 가시화되지 않는 사업에 쏟아부을 ‘돈’이 없다. 지금은 그저 판관비를 아끼고 임직원 수를 줄이며 마른 수건만 짜낼 뿐이다.문제는 이 같은 실적난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은 장기불황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경고음이 이곳저곳에서 들리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우려는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은행권, 님(NIM)은 갔습니다 = 은행들의 순이자마진(NIM)은 2005년 3.08%로 정점에 달한 후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 3분기 NIM은 1.95%까지 밀려나며 1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영향을 받았던 2009년 2.15%보다도 더 낮은 수준이다.
올해 2분기 NIM은 전 분기 대비 0.02%포인트 상승한 1.82%를 기록하며 일시 반등했으나 은행의 고금리 후순위채 상환 등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었다.경기하강은 은행의 수익을 제한하고 자산건전성을 저하시킨다. 이는 곧바로 이자수익 축소와 대출손실 확대로 연결된다. 글로벌 경기침체가 은행들을 보릿고개로 이끌었다. 문제는 연내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준금리 인하는 예금금리보다 대출금리 인하에 먼저 반영된다. 단기적으로 예대마진이 축소되면서 NIM이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상반기‘반짝’했던 은행권 수익성이 또다시 침체로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배경이다.
더 큰 관점에서 본다면 104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도 고민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들이 적극적으로 ‘디레버리징(부채 축소)’에 나서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해소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반대로 늘고 있다. 취약계층들의 상환능력이 상실되면 한국도 미국과 같은 서브프라임을 겪을 수 있다. 물론 은행권을 비롯한 금융권 수익성은 바닥난다.
◇보험권, 역마진 우려에 한숨 = 지난해 기준 생보사 적립보험료의 평균 이율은 5.2%에 달한다. 고객들로부터 받은 자산을 운용해 평균 5.2%의 금리를 보장해줘야 한다. 하지만 생보업계의 2013회계연도 기준 운용자산이익률은 4.5%에 불과하다. 이는 2012회계연도에 비해 3%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운용자산이익률은 운용수익률 대비 0.7%포인트 낮다. 고객에게 약속했던 이자보다 보험사가 운용이익률이 낮아 손해를 보는 ‘이자율차 역마진’이 발생한 것이다. 보험료적립금 대비 운용자산 규모를 고려한 수정운용자산이익률은 2013회계연도 기준 5.2%로 적립보험료의 평균이율과 똑같다. 마진을 겨우 맞춘 정도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2013년 4월부터 12월까지 생보업계 전체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10%가량 감소했다. 실제로 생명보험사의 당기순이익은 2010년 12월말 3조543억9500만원이었지만 2011년 12월말 2조3418억6600만원, 2012년 12월말 2조4751억8800만원, 2013년 12월말 2조931억9300만원, 2014년 6월말 1조9957억5300만원 등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손해보험사의 당기순이익도 2011년 12월말 2조807억9600만원, 2012년 12월말 1조9452억9700만원, 2013년 12월말 1조4919억1000만원, 2014년 6월말 1조4340억8300만원으로 마찬가지다.
◇저축은행, 부활신호 vs 깜짝반등 = 저축은행은 금융권의 대표 근심거리였다. 삼화부산 저축은행 부실로 2010년 말 저축은행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저축은행은 험난한 길을 걸었다. 2010년 말 86조 8000억원에 달하던 총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38조9000억원까지 줄었고 자산 1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 수도 같은 기간 29개에서 10개나 감소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금씩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뼈를 깎는 구조조정 덕이다. 지난해 4분기(올 4~6월) 87개 저축은행은 238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분기 기준으로 흑자를 낸 건 저축은행 사태 이전인 2008년 이후 무려 6년 만이다. 지난해 전체로 따지면 여전히 4483억원에 대규모 적자이긴 하지만 전년 대비 확실히 좋아졌다. 연체율, 고정이하여신비율 등 재무건전성도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실적개선 추이가 지속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관계자들의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일단 저축은행을 서민형 금융회사로 키우기 위해 ‘관계형 금융 활성화 대책’ 등을 발표하며 지원군을 자처하고 나섰지만 뚜렷한 먹거리가 없는 상황에서 수익성을 완전히 돌리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