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가치 하락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한국경제 회복세에 먹구름이 드러워졌지만 외환 당국은 마땅한 대응책이 없어 고민이다.
원ㆍ엔 환율은 지난 6월 100엔당 1000원이 무너진 데 이어 최근에는 2008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950원 선까지 떨어졌다. 25일 열린 한국경제연구원ㆍ아시아금융학회 공동 주최 세미나에서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 회장은 “내년 원·엔 재정환율이 100엔당 800원대 중반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까지 내놨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원ㆍ엔환율의 끝없는 추락이 경제성장률까지 갉아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일본과 경합을 벌이는 국내 수출기업들의 채산성 악화되면 기업영억이익이 하락하고 경상수지 흑자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어 한국경제의 두 버팀복인 내수와 수출의 두 축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한경연은 내년 엔ㆍ달러 평균 환율이 116엔을 기록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0.27% 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도 ‘엔저발 위기론’을 발등의 불로 인식하고 예의주시하며 대응책 마련에 바빠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엔저의 위험성은 최경환 부총리도 큰 관심을 갖고 예의주시하고 있다”도 말했다. 하지만 원화와 엔화는 외환시장에서 직접 거래되지 않아 외환 당국이 원·달러 환율처럼 구두개입을 하거나 직접 자금을 투입할 만한 여지가 적은 것은 고민이다.
전문가들은 과거 원ㆍ엔환율 하락 이후 발생한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같은 위기상황이 재연되지 않으려면 정부가 엔저속도조절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다한 외환시장 개입정책은 비효율적이지만 추가 금리인하나 내수진작 정책 등으로 흑자 규모를 줄이는 등의 정책 대응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