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왕서방만 배불리는 IT산업

입력 2014-09-25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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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현 미래산업부 기자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 때문에 IT업계가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 정부는 규제 완화 구호를 외치는 듯 하더니 여전했고, 그 사이 규제 직격탄을 맞은 업체들의 실적은 반토막이 났다. 중국 거대 자본의 지속적인 유입으로 산업 근간도 흔들리고 있다.

최근 중국의 거대 IT공룡이라 불리는 텐센트와 알리바바는 국내 게임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절대권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지난 19일 알리바바가 상장에 성공하자 국내 업체들의 주가가 요동쳤다.

상장으로 최소 250억 달러의 실탄을 확보한 알리바바가 글로벌 업체 사냥에 나서며 몸집 키우기에 나설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었다. 올해 3번의 방한을 거치며 한류문화, IT콘텐츠 기업 M&A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마윈 회장이 IT콘텐츠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만큼 게임 기업에 대한 투자가 가시화될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창의적 한국 벤처들은 포식 대상이 되고 있다. 접촉 중인 기업들은 알리바바의 고공행진에 웃음을 짓겠지만 해외기업 손에 한국 기업이 쥐락펴락되는 상황이 반갑지만은 않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이 바닥나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형 게임 업체인 N사가 시장에 나왔다는 항간에 떠도는 설이 있다”며 “이대로라면 규제로 인해 자금난에 허덕이다 알리바바나 텐센트가 N사를 인수한다는 시나리오도 현실화될 수 있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중국 거물들은 국내 게임 판권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뿐 아니라 국내 개발사를 현지로 데려가 몸집을 더 키우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개발사의 기획 능력이나 아이디어, 핵심 기술 등이 지속적으로 유출됨은 물론이고 중국 시장 의존도만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게임업계는 이제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옛말이 딱 들어맞는 상황이다. 정부는 중국 IT 거물들의 방한을 발 벗고 맞을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진지하게 들어야 한다.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규제 완화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범국가적인 ICT 전략을 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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