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 “불법 집회” vs 노조 “보복 인사” 맞서
외환은행 경영진이 노조총회에 참석한 직원 900명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하면서 외환은행 노사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불법집회에 대한 징계는 불가피하다는 사측 주장과 보복성 인사에 불과하다는 노조측 주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조기 통합에 대한 실익 논쟁은 사라지고 감정싸움으로 번지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외환은행은 이달 초 임시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직원 900명에 대해 조만간 인사위원회를 열어 징계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경영진은 이들이 쟁의 조정기간 중 은행과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진 불법 집회란 점에서 징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앞서 3일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은행과의 조기합병을 안건으로 상정해 조합원들의 찬반 의사를 물을 예정이었으나 정족수 부족으로 무산됐다.
외환은행 관계자는 “은행과의 협의이 이뤄진 집회 참석하기 위해 근무지를 이탈한 것은 징계사유 해당된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일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지만 조기통합에 대한 건설적인 대화는 늘 문을 열어 놓고 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인사조치를 철회하지 않는다면 전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노조는“조합원들은 노동조합의 지침에 따라 정당한 조합활동의 일환으로 조합원 총회에 참석한 직원들”이라며 “임시조합원 총회는 정당한 조합의 활동인데 이를 불법파업으로 선동한 사측은 이미 노조와의 원만한 합의는 생각지도 않은 처사”라고 주장했다.
이처럼 노사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양측에 반대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은행 일각에서는 이사회 일정까지 미루고 끊임없이 대화를 요구함에도 불구하고 노조가 협상테이블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만큼 좀 더 강경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번 징계대상에 일반 조합원까지 오른 것도 이같은 내부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안에서도 사측 징계가 예상됨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집회 일정을 밀어붙인 집행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강대강 대결이 이어지면 하나·외환은행 조기통합 협상은 점점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이 밝힌 연내 통합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다음달까지는 통합 이사회를 개최하고 금융위에 승인 요청을 해야한다. 그러나 추석 이후에도 노사간 갈등이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어 적잖은 진통이 예상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사간 갈등이 지속되면서 통합의 결정적인 변수가되는 일반 직원들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며 “노조나 은행에서 반대기류가 감지가 된 상황에서 이 직원들을 얼마나 잘 설득하느냐가 연내 조기통합성패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