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의 경제 바로보기] 자동차보험의 우선 개혁 대상은?

입력 2014-09-11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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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자동차보험 보험료 부과기준이 25년 만에 대대적으로 개편될 예정이다. 현재는 사고 경중과 금액을 점수화하여 사망사고 등 대형 사고와 보상금액이 큰 사고를 낸 사람이 더 많은 보험료를 내도록 하고 있다. 앞으로는 경미한 사고라도 사고 건수가 많은 운전자가 더 많은 보험료를 내도록 바꾼다는 것이다. 새로운 제도는 준비기간을 거쳐 2018년부터 시행될 계획이다. 정책당국은 “보험료 부과기준 변경에 따라 사고를 자주 내는 일부 가입자의 보험료는 오르지만 자동차보험 가입자의 80% 정도인 무사고 운전자의 보험료 부담이 조금 줄어 전체 운전자 부담은 늘어나지 않는다”고 한다. 반면에 금융소비자단체 등은 작은 사고에 대해 보험처리를 할 수 없어 운전자의 실질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들은 자동차보험의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정비공장의 부당 수리를 줄이고 사고 시 엄청난 수리비가 들어가는 외제차에 대한 보험료를 현실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제도 변경은 자동차 증가, 도로사정 개선 등으로 사망사고 등 대형 사고는 줄고 작은 사고는 크게 늘어나면서, 보험사의 수지가 계속 악화되기 때문에 나온 것 같다. 제도가 현실과 맞지 않을 때에는 개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자동차 보험료 부과기준이 사고금액 기준에서 건수 기준으로 변경되는 것도 전혀 의미 없는 일은 아니겠지만 자동차보험과 관련하여 보다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것이 하나 있다. 교통사고 발생 시 책임비율을 어떻게 결정하느냐이다. 한국은 무리한 끼어들기나 급격한 차선변경 등으로 사고를 유발해도 사고유발자의 책임비율이 100%가 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피해자도 전방주시 의무 미이행 등으로 20%에서 40% 정도 책임을 지운다. 결국 사고유발자와 피해자의 책임비율이 7:3, 6:4 등으로 결정되어 피해자도 사고 책임을 어느 정도 부담하게 된다.

유럽이나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무리한 끼어들기 등으로 사고를 유발한 운전자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100% 책임을 진다. 즉, 교통사고 발생 시 사고책임 비율이 거의 대부분 100% 아니면 0%로 나온다. 프랑스나 독일, 벨기에 등 유럽 국가는 이런 원칙이 아주 엄격하다. 예를 들어 우선권이 없는 차(A)가 교차로를 먼저 진입해 거의 다 통과했을 때, 우선권이 있는 차(B)가 늦게 진입해 우선권이 없는 차의 뒷부분을 받아 사고가 나는 경우에도 우선권이 없는 차(A)의 과실 책임비율이 100%로 나온다. 이러다 보니 운전자는 무리한 끼어들기나 차선위반 등을 조심하게 되고 사고도 적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 잘못하여 사고를 유발해도 책임비율이 100%로 나오는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무리한 운전, 난폭운전이 많아지는 구조이다. 특히 비싼 외제차 운전자가 사고를 유발했을 때 피해 운전자는 책임이 20~30%만 되도 부담금액이 상당할 수밖에 없다. 외제차는 멋대로 차선을 넘나들고 주변의 국산차는 슬슬 피해 다니는 어이없는 일을 자주 볼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다음으로 사고 책임비율이 탄력적(?)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는 사고 발생 시 사고운전자끼리 서로 잘못이 없다고 싸우는 것이다. 목소리를 높여 잘 우기면 사고의 책임비율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고 발생 시 사고정리가 늦어져 교통체증이 심해지는 큰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개별 교통사고를 들여다보면 피해자도 조금은 잘못이 있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대부분의 사고를 쌍방책임으로 처리하면 대형차와 외제차의 난폭운전과 교통사고의 증가, 사고 발생 시 교통체증 등 사회적 비용이 크다. 여기에다 사고유발자뿐 아니라 피해자도 보험료가 오를 수 있어 운전자들이 손해를 보고 보험사가 이익을 보는 구조이다. 보험료 할증이 금액기준에서 건수기준으로 바뀌면 이러한 가능성은 더 커진다. 한국도 교통사고의 책임비율을 선진국들과 같이 100%, 0%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향으로 먼저 개혁을 해보자. 조금 어렵겠지만 시간을 갖고 준비하고 홍보를 충분히 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들이 이미 잘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보험료 부과기준 개편보다 교통사고 감소와 교통문화 개선을 위해 우선 필요한 개혁 대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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