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문화콘텐츠 투자]‘뽀로로’‘별그대’… 은행권 ‘문화투자 큰손’ 우뚝

입력 2014-08-2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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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드라마·뮤지컬 등 문화 전반 적극 투자… 수익률 솔솔

“만일 그 두려움을 용기로 바꿀 수만 있다면 말이다.”<영화 ‘명량’ 중 이순신 장군 대사>

영화 ‘명량’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면서 은행들이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발 빠르게 투자자에 나선 은행들은 수익과 홍보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흥행 실패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용기로 바꾼 결과였다.

제조업보다 투자 성과가 저조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문화콘텐츠 투자를 기피했던 은행들도 관련 부서를 신설하고 수익성을 재검토하며 ‘대박’ 기회를 노리고 있다.

◇국책은행들, 영화 핵심 투자자로 ‘우뚝’ = 문화콘텐츠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든 곳은 기업은행이다. 기업은행은 IBK금융그룹상생협력펀드(총 150억원 규모)에 IBK캐피탈과 함께 100억원을 출자, 이를 통해 ‘명량’ 제작에 5억원을 투자했다. 이전에는 영화 ‘설국열차’, ‘수상한 그녀’, ‘관상’, ‘신의 한수’를 비롯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뮤지컬 ‘레미제라블’, 애니메이션 ‘뽀로로’ 등도 지원했다. 모두 대박을 친 작품들이다. 또 내년 상반기에 개봉 예정인 ‘NLL-연평해전’에도 핵심 투자자로 나설 예정이다.

수익률도 솔솔하다. 지난 6월 말 기준 기업은행의 문화콘텐츠 분야 투자수익률은 3.6%다. 이 가운데 ‘관상’(130%)은 100%가 넘는 수익을 안겨줬으며 연가시(75%), 베를린(29%) 등도 쾌거를 이뤘다. 최근 흥행에 성공한 작품들의 수익 배분이 이뤄지면 기업은행 수익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정성희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팀장은 “올해부터 향후 3년간 총 7500억원을 문화콘텐츠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기업은행은 업계 처음으로 문화콘텐츠 사업 전담부서를 신설했다. 이 부서에는 연예기획사, 방송 콘텐츠사, 전주 국제영화제 사무국, 한국콘텐츠진흥원 출신의 전문가들이 13명 포진해 있다.

‘명량’만 놓고 보면 산업은행이 가장 큰 수익을 얻는다. 산업은행은 ‘명량’을 제작한 CJ E&M펀드를 통해 300억원을 투자했다. 이 펀드는 영화 ‘명량 외에 ‘수상한 그녀’, ‘설국열차’ 등 CJ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영화에 투자한 바 있다.

수출입은행의 경우 해외진출 방식으로 문화콘텐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전 애니메이션 ‘점박이’와 ‘넛잡’의 해외 진출 지원이 대표적이다. 앞으로 수출입은행은 ‘글로벌콘텐츠펀드’(가칭)를 조성해 해외에 진출하는 우리 영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문화콘텐츠 투자는 흥행에 따른 수익뿐만 아니라 은행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 금융상품 통한 간접투자 분주 = 국책은행들이 직접투자로 대박을 노린다면 시중은행들은 금융상품을 통한 간접투자로 수익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명량’의 관객이 많을수록 금리가 올라가는 정기예금 ‘하나 Movie 정기예금(명량)’을 판매했다. 이 상품은 지난달 29일 출시 하루 만에 1000억원이 모두 판매되는 기염을 토했다.

우리은행이 지난달 29일 선보인 연 2.7% 금리의 1년 만기 ‘우리나라 사랑 명량 정기예금’도 단 하루 만에 1000억원이 몰렸다.

특히 우리은행은 보다 다양한 문화·금융 상품 개발을 위해 CJ엔터테인먼트,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 등 영화제작사와 공동 마케팅 협약을 맺었다. 올해 3월에는 YG엔터테인먼트와 문화공연 콘텐츠 산업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맺고 YG엔터테인먼트가 추진하는 방송, 공연 등 주요 사업영역과 관련된 금융상품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대형 제작사나 배급사들이 제작한 영화에만 골라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명량’은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일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은행들은 작품성을 따져 성공 가능성을 예측할 만한 문화콘텐츠 평가 능력(인력)이 없다”며 “리스크 관리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대형 제작사나 배급사가 제작한 ‘흥행 보증수표’ 작품들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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