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형의 이슈 마당발] 국가인권위의 존재 이유

입력 2014-08-1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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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는 입법과 사법, 행정 중 어느 곳에도 속하지 않는다. 독립기구이자 상설기구이면서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존속된다. 말 그대로 인권침해와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과 조사를 수행할 수 있는 막대한 권한을 지닌다.

인권관련 문제가 생기면 조사를 하고 결과에 따라 관계기관에 시정을 권고한다.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권리를 보호하는 게 인권위의 기본 목적이자 설립 취지다.

그러나 요즘 인권위는 사정이 다르다. 조금씩 존재의 당위성을 잃어가고 있다.

우선 국가인권위는 군(軍)의 인권침해에 대해 무관심하다. 군내부 인권문제를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외부기관이다. 검찰도 경찰도 법원도 군 내부의 문제를 거론하지 못한다. 유일한 곳이 국가인권위라는 의미다.

그러나 최근 드러난 군 내부의 인권침해 문제에 인권위는 냉담했다. 지난 5년 동안 국가인권위는 군의 진정 사건 가운데 75%를 각하했다. 나머지는 조사 대상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그러다보니 실질적인 구제조치는 6.5%에 불과했다.

28사단에서 구타로 숨진 윤 일병 사건도 인권위는 각하 처리했었다. 윤 일병이 사망한 4월 초, 유가족들이 “곳곳에서 상처와 피멍이 발견됐다”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이에 대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유족에게 불이익을 없도록 하라”며 헌병대에 경고장을 보낸 게 전부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뒷짐을 졌다. 검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에서도 발 빠르게 감사에 착수했던 감사원과 사정이 달랐다. 인권위는 비난이 일자 참사 4개월 만에 침묵을 깨고 뒤늦게 성명을 내놨다. 진상규명과 재발방지 촉구였다. 지극히 원론적인 입장이었다며 또 다시 인권위를 향한 비난이 이어졌다.

밀양 송전탑반대 농성장 철거 때에도 인권위 직원은 앉아서 땅만 바라봤다. 반대 농성장에는 노인들과 천주교 수녀들이 있었다. 이들은 경찰에 의해 헌신짝처럼 끌려나왔다. 이 과정에서 부상자까지 발생했지만 인권위는 호루라기 몇 번 분 게 전부였다.

반대 농성자들은 앞서 강제철거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며 국가인권위에 긴급구제 신청을 냈다. 그러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농성장 철거현장에서 무엇보다 인권위 직원 앞에서 농성자들의 인권은 없었다. 현장에 나갔던 인권위 관계자는 “우리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나은 것 아니냐”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사정이 이쯤되면 인권위 존재의 당위성에 대한 의문이 이어진다. 국가인권위는 이 나라 최후이자 최고의 인권관련 기관이다. 제대로 인권을 보호하고 향상시키려면 군이 됐든 수사기관이 됐든 성역 없이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국가인권위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다. 그만큼 독립성이 뚜렷하다. 그럼에도 대통령 직속기관이라는 배경이 진정한 독립성을 훼손하고 있다. 직속기관인 탓에 알아서 청와대 눈치를 본다는 비난도 이어진다. 과거 정부 시절 어렵게 만들어진 인권위마저 없어진다면 국민의 인권을 지켜줄 마지막 기관이 사라지게 된다. 인권위는 다시금 출범 초기의 당위성을 찾아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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