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환류세제와 리쇼어링, 어울리나요

입력 2014-08-08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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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까요?” 박근혜 정부 2기 경제팀의 정책 기조에 대해 한 대기업 임원이 던진 되물음이다.

지난 6일 정부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하면서 가장 큰 논란이 된 사내유보금의 구체적인 과세 방침을 밝혔다. 비슷한 시기에 최경환 경제팀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이 미국과 일본의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리쇼어링은 파격적인 각종 혜택 등을 통해 대기업들이 해외에 세운 생산공장을 자국 내로 U턴 시키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애플의 생산기지 일부를 다시 미국에 유치한 게 리쇼어링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척 봐도 사내유보금 과세와 한국판 리쇼어링은 서로 상충된다.

정부의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에 재계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정부가 세수 확보 목적이 아닌 가계소득 증대를 위한 경제활성화 세제라며 이름도 ‘기업소득환류세’로 바꿨지만 기업들은 여전히 마뜩잖은 모양새다. 그나마 기업소득환류세가 3년간 한시적으로 운용된다는 점을 다행스럽게 여기는 눈치다.

정부는 임금 증가, 투자, 배당 등이 기업소득의 일정액에 미치지 못하면 미달한 부분에 대해 10%의 추가 세금을 물리기로 했다.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중소기업 제외)과 대기업 소속 기업 4000여개가 대상이다. 2015년 발생하는 소득분부터 과세 대상이 되는 만큼 실제 첫 과세는 2017~2018년에 이뤄질 전망이다.

기업경영성과를 평가하는 CEO스코어에 따르면 10대 그룹 136개 주요 계열사(금융사 제외)에 기업소득환율세제를 적용할 경우 최고 세율(당기순이익의 80%) 기준 1조1016억원의 세 부담을 지게 된다. 이중 현대자동차그룹(11개사)이 5580억원, 삼성그룹(5개사)이 3800억원을 각각 추가로 내야 한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의 부담액이 3600억원으로 가장 많다.

문제는 기업소득환류세가 이미 법인세를 낸 뒤 남은 잉여금(사내유보금)에 대해 다시 한 번 과세한다는 것이다. 이중과세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대목이다. 불확실한 미래에 대비하기 위해 비축해 놓은 자금 일부를 정부가 세금 명목으로 거둬가겠다는 것은 기업 입장에서 언짢을 수밖에 없다. 수년째 국회에 잠자고 있는 경제활성화 법안부터 처리하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이미 기업소득환류세가 징벌적 규제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정부의 줄기찬 투자 요구가 먹혀들지 않자 내리친 ‘채찍’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해외로 나간 우리 기업을 다시 안방으로 불러들이는 것만큼 확실한 내수 부양책은 없다. 정부와 여당이 뜻을 모아 이러한 노력을 하겠다고 공언한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일시적 효과뿐인 규제가 진정성을 흐리고 있다. 기업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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