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효진의 이슈通] 대한상의와 전경련

입력 2014-07-0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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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의 위상이 점점 추락하고 있다. 엄밀히 따지면 대한상공회의소의 질주에 상대적으로 위축됐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요즘 재계에서 전경련과 대한상의를 비교하는 말이 자주 들린다. 혹자는 “아우가 장자(長子)의 자리를 꿰차려 한다”며 “맏형이 환경 변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지한 분석을 내놓는다.

호사가들은 언론의 요즘 보도 형태를 들어 전경련과 대한상의의 위상을 단정짓기도 한다. 경제계를 대표한 주장이나 비판, 항변 등 경제단체의 공통된 입장을 전할 때 과거와 달리 대한상의를 전경련보다 먼저 나열한 기사들이 부쩍 늘었고, 이를 통해 여론을 짐작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입방아는 최근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같은 일정으로 하계 포럼을 개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심해졌다. 두 경제단체의 하계 포럼은 고위 관료와 기업 대표 등 수백여명이 모여 국내 경제상황을 점검하고 친분도 다지는 연중 경제계에서 손꼽히는 행사다. 통상 7월 마지막 주에 전경련이, 앞 주에는 대한상의가 각각 하계 포럼을 개최해왔다. 하지만 올해엔 두 단체가 강원 평창(전경련), 제주도(대한상의)로 각각 장소만 다를 뿐 7월 23일부터 26일까지 같은 일정으로 진행한다. 참석자들은 같은 날 치러질 두 개의 잔칫집 중 어느 곳을 선택할지 망설일 수밖에 없다.

외견상 대한상의가 하계 포럼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비치자 전경련은 내심 서운한 눈치다. 반면 대한상의는 참석하는 대상도 다른 만큼 굳이 사전에 협의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응이다. 이면에는 대한상의가 경제계를 대표하는 단체로서 최근 위상이 높여진 데 따른 자신감으로도 해석된다.

이번 일이 국내 양대 경제단체가 맏형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는 것처럼 비화했지만 절대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두 단체 수장의 대조적인 행보가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자존심 대결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작년 8월 대한상의 지휘봉을 잡은 박용만 회장은 지난해 말 사상 처음으로 경제5단체와 여·야 원내대표 회담을 이끌어냈다. 박 회장은 과거 건의문을 전달하던 것에서 그치지 않고 여·야 구분 없이 직접 국회의원들을 찾아다니며 대화를 통해 당면한 경제 현안을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였다. 이달 4일엔 한·중 양국 정상이 모인 경제통상협력 포럼을 성공적으로 개최했다. 7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을 연이어 초청해 ‘중앙아시아 순방 경제사절단 합동토론회’를 대한상의에서 개최하는 등 경제단체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상대적으로 전경련은 초라하다. 지난해 3월 고심 끝에 연임 제의를 수락한 허창수 회장은 당시 ‘전경련의 변화’를 강조하며 상근부회장 교체, 조직개편, 전경련 발전특별위원회 구성 등 혁신을 위한 담금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회원사들의 호응을 이끌어 내는 데 역부족이었다. 두 달에 한 번 개최하는 정례 회장단 회의의 참석률은 매번 절반을 넘지 못했다. 4대 그룹 총수들도 외면한 지 오래다.

허 회장은 고육지책으로 회장단을 기존 30대 그룹에서 50대 그룹으로 보강하려고 했지만 이마저도 실패했다. 특히 영입 대상 총수들이 모두 거절하는 수모를 당했다. 전경련 발전특위도 유명무실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총체적인 난국이다. 1961년 한국경제인협회로 출발해 50여년간 한국 경제발전의 큰 축이었던 전경련의 쇠퇴를 지켜보는 게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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