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영희 중앙대 교수
실제로 무궁화는 밝고 따뜻한 곳에 식재된 개체가 꽃이 잘 피는 경향이 있다. 여름이 시작되는 6월경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8월이 되면 개화는 절정에 이른다. 여름철 내내 끊임없이 피고 지는 개화습성은 우리 한민족의 끈기와 지속성을 상징하며 언제부터인가 나라꽃으로 인정됐다.
구한말 작사된 애국가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후렴구가 나오고, 이때부터 본격적인 나라꽃으로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단군이 우리나라를 개국할 때 이미 이 땅에 무궁화가 만발했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그동안 우리 민족의 오랜 역사 속에 인연을 함께하면서 자연스럽게 나라꽃이 됐다.
지구상에는 수많은 국가가 있다. 그 국가를 구성하는 민족은 독특한 문화와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민족과 문화를 상징하는 나라꽃을 제정하고 있다. 보통 나라꽃은 그 지역에서 특정하게 자생하는 고유의 자생식물을 흔히 선정한다.
그러나 때로는 오랜 기간 동안 국민들에게 사랑받아왔거나 역사적 사실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나라꽃이 된 경우도 많다. 바로 우리의 무궁화가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나라꽃 무궁화에 대해 잘 알고 있다. 그에 반해 무궁화에 대한 사랑과 이해는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무궁화는 낙엽활엽성 관목으로 학명은 Hibiscus syriacus이다. 속명인 ‘Hibiscus’는 이집트 달의 여신 ‘히비스’를 나타내고 종명 ‘syriacus’는 ‘시리아 원산’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나 실제 무궁화의 원산지는 시리아가 아니고 인도 북부 및 중국의 남서부 지역으로 밝혀졌다. 아마도 무궁화의 학명을 붙여준 린네(Carl von Linn'e)가 시리아를 원산지로 착각했던 것 같다.
한반도에 무궁화 자생지가 없다고 외래식물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그동안 이와 같은 사실들 때문에 무궁화는 많은 오해를 받아오고 있다. “왜, 굳이 외래식물을 우리의 나라꽃으로 삼느냐”는 편견이 가장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한때 우리 고유의 자생식물로 나라꽃을 새로 제정하자는 혼란이 일기도 했었다. 세계적으로 반드시 자생식물로 나라꽃을 삼는다는 원칙은 없다. 잘 알다시피 영국의 나라꽃은 장미(Rose)이고 프랑스는 아이리스(Iris), 독일은 수레국화(Centaurea)이다.
그러나 장미의 원산지는 중국이고 아이리스도 지중해 연안에 많이 자생하던 식물이며 수레국화 역시 독일과는 거리가 먼 곳에서 주로 자라던 식물이다. 일찍부터 나라꽃을 제정하고 가꾸어온 서양에서는 왕조의 문장이나 역사 또는 문화를 근거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나라의 무궁화도 굳이 식물학적인 사실을 들추어내며 왈가왈부할 대상이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동안의 많은 문헌과 역사적인 사실을 통해서 무궁화는 이 땅에서 우리 한민족과 애환을 함께 나눈 고유의 식물임에 틀림없다.
나라꽃이라는 가치를 넘어 무궁화는 참 좋은 식물이다. 무엇보다 꽃이 아름답고 화색과 화형이 다양하여 관상가치가 높다. 성질이 강건하므로 재배하기 쉽고 가로수를 비롯하여 정원수, 화분 식재, 분재 등의 조경식물로 광범위하게 이용할 수 있다. 번식이 잘 이뤄지므로 종묘 생산이 용이하다.
이제 곧 8월 15일 광복절이다. 무궁화는 어둡던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가슴에 희망을 담아주었던 나라꽃이다.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아직 거리가 있는 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불만이 있다. 관이 주도하는 공원 조성이나 일회성 무궁화 전시회와 같은 행사를 벗어나 무궁화가 지닌 장점을 적극 소개하여 누구나 가정에서 심고 싶어 하는 꽃이 돼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재배 방법을 널리 소개해 다양한 이용을 유도해 우리 주변에서 늘 무궁화를 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아가 세계적으로 우리꽃으로 알릴 만한 우수한 품종의 육성이 필요하다. 앞으로 전국 방방곡곡에 더 많은 무궁화가 심어지고 꽃이 피기를 기대한다. 그리고 한층 가깝게 다가온 무궁화가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꽃이 되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