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적 경제정책 자칫하다 재정 치명타…‘기업가계정부’ 부채전이 차단 시급
빚폭탄이 또다시 한국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기업·금융부채가 가계경제를 궤멸시켰듯 이번엔 가계부채가 폭음을 낼 기세다. 더 으스스한 대목은 그동안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던 정부 재정까지 곪기 시작하면서 자칫 가계와 정부가 부정적 승수효과를 일으키며 쌍둥이 빚폭탄으로 돌연변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최근 출범한 최경환 경제팀이 추진하고 있는 시한 없는 확장적 경제정책이 가계빚을 더욱 악화시키는 것은 물론 재정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가계-정부로 이어지는 빚 떠안기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선순환구조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경제는 2000년대부터 수출에서 내수로, 기업에서 가계로 이어지는 소득 흐름이 원활하지 않는 점이 문제로 꼽혀 왔다. 최 부총리는 정책기조를 기업 중심에서 벗어나 가계의 소득을 직접적으로 늘려 내수를 살리는 쪽으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큰 방향은 적절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다.
그러나 최 부총리가 확장적 경제정책을 적절하게 조절하지 못할 경우 나라 살림에 심각한 주름살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외환위기 이후 빚부담은 카드사태, 주택담보대출 확대 등을 거치면서 기업에서 가계로 옮겨졌다. 이런 상황에서 최 부총리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등 부동산 관련 금융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이는 가계부채 증가를 더욱 부채질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정관계를 중심으로 금리인하 압박도 거세다.
김대식 한중금융경제연구원장은 “새 경제팀이 금리인하와 주택금융 완화를 동시에 밀어붙이면 가계부채는 더욱 증가하고 주택가격과 전·월세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리인하와 주택금융규제 완화는 위험한 조합”이라고 꼬집었다.
가뜩이나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나랏빚에 대한 출구전략이 없는 최경환표 ‘아베노믹스’와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기업이 투자와 고용에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시중에 돈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며 오히려 눈먼 돈이 너무 많이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기금과 정책금융기관으로 더 많은 돈을 투입하는 게 내수활성화나 경제체질 강화에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운신의 폭에 한계가 있는 재정확대 정책 외에 규제개선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강하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경기부양적 재정정책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돈을 푼 만큼 경기가 회복돼 세입 상황이 개선돼야 한다”며 “정부가 당초 목표로 했던 규제개선 정책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