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카오 대표가 한은 찾은 까닭

입력 2014-07-28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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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정치경제부 기자

“구글, 페이스북, 알리바바, 텐센트 등 글로벌 인터넷 상거래 기업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업체들이 금융결제산업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는 동안 우리는 관련 기관과 협의하고 보안사항을 준수하려다 보니 중국에조차도 완전히 뒤처졌다. 보안이 중요한 것은 맞지만 적절한 타협점이 필요하다.”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지난 16일 한국은행이 금융당국 관계자, 업계 실무진 등을 초청해 개최한 ‘금융보안의 새로운 환경과 과제’ 세미나에서 ‘해외 IT기업의 금융 및 결제사업 진출동향’을 주제로 강연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가 이날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20분에 불과한 강연을 하기 위해 한은에 발걸음을 한 이유는 국내 SNS 선두업체 대표로서 업계가 맞닥뜨린 애로사항을 알리고자 하는 간절함 때문이었다. 실제로 한은 관계자들은 이번 세미나 연사를 섭외하는 과정에서 이 대표가 직접 강연을 하겠다고 해 깜짝 놀랐다고 한다. 다른 업체에서는 이사, 차장 정도의 관계자가 연사로 참석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최근 금융업을 포함한 전 분야에서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당국의 보신주의로 양산된 불필요한 규제를 타파하지 않으면 한국경제의 성장엔진이 조만간 멈춰 버릴 수도 있다는 뒤늦은 위기의식이 그 배경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규제완화의 폭과 속도는 미미하다. IT업체 구글이 자동차를 만들고 인터넷서점인 아마존이 비행기 회사가 되는 등 세계 각국에서 융복합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은 여전히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면 규제가 가로막고 있는 상황이다. 이 대표도 “중국 정부가 최근 자국의 IT업체인 알리바바와 텐센트에 은행업 라이선스를 부여했다. 만약 한국에서 카카오가 은행업 라이선스를 신청했다면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며 우회적으로 보수적인 국내 금융제도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불합리한 규제들을 한시바삐 개선해야 한다. 과거 판도라TV 등 경쟁력 있던 국내 동영상 업체들이 각종 규제 등으로 결국 미국의 유튜브에 시장을 잠식당했다. 이런 선례가 급성장하고 있는 금융결제시장에서도 재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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