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방식 변경, 인수후보 탈락 등 우여곡절의 9개월
LG카드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금융지주가 선정되면서 2002년 말부터 시작된 카드대란이 드디어 마무리되게 됐다.
LG카드가 두차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카드업계는 물론 금융계 전반을 위기 속에 몰아 넣었다. 그러나 이러한 위기 속에서 카드사들의 자정 노력으로 안정을 되찾았고, 이번 신한지주의 LG카드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으로 3년여간의 ‘카드대란’은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됐다.
그러나 LG카드 카드대란만큼 그 매각과정에도 많은 곡절을 겪었다.
LG카드의 새주인 후보로 신한지주가 계속 거론돼 오기는 했지만, 많은 국내외 금융기관이 LG카드에 관심을 보였으며, 또 신한지주 외에 또 다른 곳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는 했다.
또 매각방식에도 문제가 발생, 매각작업이 중단되는 등의 여파를 거쳐 ‘경쟁입찰’에서 ‘경쟁입찰 후 공개매수’로 중도에 변경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매각방식의 변경 = LG카드의 매각이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것은 지난해 11월 LG카드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JP모건을 공동 매각주관사로 선정하면서부터다.
산업은행 등이 지난 4월 19일 1차로 인수희망자를 접수한 결과 신한지주, 하나금융, 농협, 바클레이즈은행, SC제일은행, MBK파트너스 등 6개 후보가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당시 산업은행의 LG카드 매각 방식은 공개입찰. 하지만 이들이 예비심사를 마친 5월 말 돌발 변수가 발생했다.
LG카드 매각작업이 증권거래법상 공개매수 조항에 해당된다는 것. 매각작업이 전면 중단될 정도로 이번 M&A의 최대 난관이었다.
산업은행은 채권은행 수를 줄여 입찰경쟁 방식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도 했지만, 결국 LG카드 매각 방식을 유례가 없는 경쟁입찰과 공개매수가 결합된 ‘입찰경쟁 후 공개매수’로 변경해 매각작업을 진행하게 됐다.
그러나 산업은행은 ‘M&A에 가장 기본적인 부문을 간과했다’는 비판을 고스란히 떠안은 등 대형 금융기관 M&A작업에 큰 흠집을 내게 됐다.
▲ 가격경쟁위한 짝짓기 = LG카드의 인수가는 7조2000억원이라는 국내 M&A 사상 최고가의 기록을 세우게 됐다. ‘경쟁입찰 후 공개매수’가 사상 최대의 M&A 가격을 불러오는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LG카드 매각 공고가 나오면서 인수전에 나설 것으로 많은 금융기관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러나 정작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곳은 모두 6곳.
당시 신한지주와 함께 가장 강력한 인수후보로 거론되던 우리금융지주는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못했다.
우리금융의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가 LG카드 인수전 참여에 제동을 걸면서 인수의향서조차도 제출하지 못하고 떨어져 나갔다.
이어 이어 바클레이즈가 예비실사 막바지에 돌연 인수의사를 철회했고 LG카드 인수전에 복병이 될 것으로 평가받았던 스탠다드챠타드그룹(SCB)도 입찰제안서 제출 하루 전에 인수를 포기했다.
결국 6개사가 인수의향서를 냈지만 최종 입찰에서는 그 절반인 신한지주, 하나금융, 농협 등 국내 3곳만이 참여했다.
이중 MBK파트너스는 하나지주와 손을 잡았다. 하나지주와 MBK가 손을 잡은 것은 서로의 약점, 즉 하나지주의 자금력 부족, MBK의 사모펀드라는 약점을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돼 LG카드 인수의 새로운 변수로 떠 올랐다.
또 농협중앙회로 이번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은 우리금융에 재무 파트너를 제의 자금력을 확보하고 나섰다.
결국 이처럼 신한지주에 맞서 하나지주와 농협이 각각 MBK와 우리금융을 파트너로 삼았다는 점도 국내 M&A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는 데 한 몫을 담당하게 됐다.
▲ 신한지주의 한판승? 역전승? = 입찰제안서를 제출한 다음 날인 11일. 하나금융의 윤교중 사장은 기자들과 만나 “LG카드 인수가격을 높게 썼다”며 LG카드 인수에 자신감을 표했다.
특히 타사에 비해 LG카드 고객과의 중복이 적어 그 어느 곳보다 시너지 효과가 크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하는 등 금융권 분위기가 ‘신한지주 대세론’에서 ‘하나금융의 역전승’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실제로 14일 오전에는 하나금융이 우세하다는 평가가 금융가에 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부터 ‘한치 앞도 모르는 백중세’로 전개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농협은 이들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일찌감치 탈락한 상황으로 전개됐다.
결국 뚜껑이 열린 결과 신한지주는 주당 6만8500원에 85%의 지분을, 하나금융은 6만7000원대에 90.5%의 지분을 인수하겠다는 조건을 내, 가격요소 및 비가격요소 등 종합적인 면에서 신한지주가 근소한 차로 신승, LG카드의 새 주인으로 결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