輿 “사내유보금 과세 아닌 인센티브로”
취임 전부터 연일 강력한 성장 정책을 예고한 최 부총리는 지난 21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만나 정책공조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23일에는 국회에서 당정협의 열고 정치권의 협조를 구하는 등 일련의 사전작업을 마쳤다.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총력전을 펼쳐달라”고 주문하며 새로운 경제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최 부총리의 광폭 행보에 시장도 반응을 보이는 등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하지만 당정협의에서 훈훈했던 만남과 달리 여당은 사내유보금 과세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새누리당 나성린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당정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대한 과세 방식의 패널티가 아니라 임금과 배당 등을 높이면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며 “당의 입장은 투자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인센티브로 하자는 것”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22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같은 대기업이 현금을 너무 많이 보유하고 비축하고 있어서 돈 풀 때가 됐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사내유보금의 세율 인상안에 대해서는 “너무 과격하다”고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재계에서의 반발도 크다. 경제 5단체 수장들은 22일 최 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이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야당은 유보금에 대한 과세에 대해 찬성하면서 인센티브에는 반대했다.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는 “인센티브를 주면 또다시 대기업에 조세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뜻밖의 반대에 직면한 정부는 다급해졌다. 당장 다음 달부터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유도하기 위한 세제 도입을 위해 △가계소득확대 세제 도입 △기업배당 촉진 세제 도입 △기업이익의 투자, 인건비 유도 세제 도입 등의 내용을 담은 ‘세제개편안’을 도입할 계획인데, 처음부터 부정적 기류가 형성되면 향후 정책 집행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도 이를 의식한 듯 당정협의에서 “기업의 사내유보금에 과세해도 인센티브로 세금을 감면해주는 만큼 실제 세수는 늘어나지 않고 기업은 손해 볼 게 없다”고 설득했다. 앞서 경제5단체장과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서는 “세금을 더 걷자는 게 아니라 기업의 성과를 배당, 임금 등을 통해 가계에 흘러가도록 하자는 것”이라며 “기업들의 세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세제를 설계하겠다”고 밝혔다.
이 밖에 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등 부동산 규제 완화와 관련해 여당은 긍정적인 신호를 보낸 반면, 야당은 당 차원에서 반발하고 있다. 또 최 부총리가 최근 언급한 SOC 예비타당성 조사의 축소와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도 여야는 찬반으로 갈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