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릴수록 불어나는 나라빚…어찌 하오리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직접적으로 부담해야 하는 나랏빚이 날로 불어나고 있지만 정부가 별다른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당초 박근혜정부 마지막 해인 2017년으로 잡았던 균형재정달성 목표도 갈수록 멀어지는 분위기다.
23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빚을 합친 국가채무는 17일 오후를 기점으로 500조원을 넘어섰다. 예산정책처 홈페이지에 설치돼 있는 국가채무시계는 1초당 102만4226원씩 늘어나고 있다. 이 추세대로라면 국가채무는 올해 말에 515조원에 다다를 전망이다. 어린이와 노인을 모두 포함한 국민 전체가 1인당 1000만원이 넘는 나랏빚을 떠안게 된다는 뜻이다.
당연히 이자부담도 커진다.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중앙정부의 국가채무에 따른 이자(예산안 기준)로 20조3000억원을 지출할 예정이다. 중앙정부 예산의 7.7%에 달하는 금액이다. 국민 1인당 이자부담액은 40만4000억원이다. 지방정부의 빚을 합치면 이자부담 액수는 더 늘어난다.
문제는 증가속도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외환위기가 일어난 1997년의 국가채무는 60조원에 불과했다. 1997~2012년 명목GDP가 연 6.3% 증가하는 사이 국가채무는 무려 연 14.2%씩 급증했다. 재정적자 누적→국가채무 증가→이자부담 증가→재정적자 확대라는 악순환이 이어진 결과다.
빚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은 극심한 세수부족으로 나라살림 적자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의 '월간 재정동향'을 보면 올해 5월 현재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는 7조4000억원의 적자를 냈다. 8조6000억원의 '세수펑크'를 냈던 지난해의 같은 기간 적자보다도 많은 액수다. 또한 환율변동성이 커지면서 외환안정의 기회비용인 외국환평형기금채권의 손실액이 증가한 것도 국가채무 증가요인이 되고 있다. 외평채 손실액은 지난해만 5조9000억원으로 누적 40조원에 이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지난해 수립한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7년까지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균형 수준인 국내총생산(GDP)의 0.4%(7조4000억원)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흐름상 달성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새로 취임한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기·심리가 살아날 때까지 거시정책을 과감하게 확장적으로 운영하겠다고 예고했다. 재정지출을 늘린다는 것은 결국 국채발행을 통해 빚을 늘리겠다는 얘기다.
국가부채와 관련해서는 현재로서 정부에게도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다. 최 부총리는 “단기적으로 재정수지가 악화될 가능성도 있지만 재정의 적극적 역할에 따라 경제가 활성화될 경우 세입이 확충돼 재정 건전성을 회복하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기재부 구성원들조차도 균형재정 목표 자체를 일종의 ‘선언적 의미’ 정도로 받아 들이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