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중 정치경제부 기자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정치권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6월 임시국회를 지나 또다시 7월 임시회가 열렸지만 접점을 찾을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1일 담판을 벌였지만 해결책은 내놓지 못했다. 지난 17일 중단했던 ‘세월호 사건 조사 및 보상에 관한 조속 입법 태스크포스(TF)’를 다시 가동하고 여기에 협상 전권을 부여하기로 해, 사실상 공만 다시 TF로 떠넘긴 게 끝이다.
특별법을 만들려는 건 사건의 진상 규명과 함께 다시는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바람에서다. 희생자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고 새까맣게 타버린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가슴, 그 울분을 식혀줄 최소한의 조치인 셈이다.
하지만 최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여야 간 논의를 지켜보고 있으면 한편으로는 시간이 좀 더 걸리더라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단원고 3학년 학생과 기타 피해학생들의 가족에 대한 대학 특례입학이라든지, 피해학생들의 의사자 선정 같은 건 과도한 특혜다. 수사권 부여 문제와 국가배상 책임 명시 같은 것들이 특별법 쟁점이 되는 것도 본래 입법 취지를 의심케 한다.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운동 참가자가 350만명을 넘어섰다고 하는데, 이런 내용들을 미리 알았다면 과연 서명했을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특례입학이나 의사자 지정 같은 특별대우는 피해자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겠지만 원칙적으로 보면 평등의 원칙을 무시한 처사다. 대우받는 사람을 제외하면 나머지 국민은 모두 피해자가 된다. 자칫하면 세월호 참사를 내 일처럼 생각하고, 단지 또래 자식을 가진 부모라는 이유로 희생된 학생들에게 한없는 미안함을 가져온 이들에 대한 배신이기도 하다.
세월호 피해 당사자들에게도 독이 될 수 있다. 그동안 정치권 논의에 관여하며 집회를 벌였던 일들이 ‘결국 이것 때문이었냐’는 비판의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어쩌면 세월호 피해가족들이 가장 경계하는 게 자신들의 순수한 뜻이 이런 식으로 왜곡되는 것인지 모른다.
세월호 희생자와 피해자들이 안타까운 건 모두가 한마음이지만, 상식을 초월한 특별법 제정에까지 동의하기는 어렵다. 국민정서에 휩쓸려 ‘감성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면 결국에는 이번에 만들어질 특별법이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여야는 당장의 표를 의식하지 말고 높은 곳에서 멀리 내다보며 현명하게 처신해야 한다.
원칙 없이는 법치가 바로설 수 없다. 진상조사는 물론 보상 문제까지 구체적 내용들과 가족들의 요구 사항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 다음 다양한 형태로 여론을 수렴할 것을 제안한다. 그래야 공정하고, 뒤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