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선변호인 선임 관련 결정문을 조작해 중징계를 받은 현직 판사가 유죄 근거로 사용할 수 없는 증거로 판결을 선고하기 위해 무리하게 서류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에 근무 중인 김모 판사는 2012년 수도권 법원에서 맡았던 폭행 사건에서 국선변호인 선임 취소 결정문을 조작해 감봉 4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김 판사는 판결 선고 1주일 뒤인 10월 4일에야 국선변호인 선정을 취소한다는 결정문을 당사자와 변호인에게 보내면서 결정 일자를 9월 10일로 조작했다.
김 판사는 9월께 변호인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지만 착오로 결정문 작성만 빠트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사건을 맡았던 국선변호인이 9월 14일과 28일에도 법정에 나갔지만 김 판사는 변호인 선정을 취소한다는 언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선고 당일 피고인이 법정에 나오지 않자 김 파사는 국선변호인에게 부동의한 증거에 모두 동의하라고 요구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변호인이 이를 거부했는데도 그는 이날 동의하지 않았던 증거를 근거로 유죄를 선고했다.
동의하지 않는다는 증거를 유죄 판단의 근거로 삼기 위해 판결선고일 2주 전에 변호인 선정이 취소됐고 법정에 출석하지 않은 것처럼 꾸몄다는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게다가 이 사건은 변호인을 반드시 선임해야 하는 필요적 변론사건으로 김 판사가 9월께 변호인 선정을 취소하기로 했다면 다른 국선변호인을 선임했어야 한다. 그러나 김 판사는 물론 항소심 재판부도 변호인을 재선임하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내 다시 재판하도록 해야 했지만 검찰이 제시한 다른 증거를 토대로 유죄 판결을 선고했고, 피고인이 상소하지 않아 이 판결은 결국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