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태도 변화 필요" VS "제도 실효성 적어"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둘러싼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적합업종 82개 품목 중 50개의 해제를 요구한 상황에서, 중소기업계는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 의지가 없다며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대기업계는 이에 맞서 연구결과를 근거로 적합업종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17일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중소기업 CEO들은 16일 여의도 중기중앙회에서 적합업종 대책위원회를 개최하고, 최근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계의 행태에 대해 한 목소리로 성토했다.
최선윤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대기업이 적합업종 제도에 대해 근거 없는 사실 왜곡을 해 온 것도 모자라, 무려 50개 품목에 대해 해제를 신청했다”며 “대기업이 그동안 주장해온 기업윤리, 동반성장이 허구라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이재광 공동위원장도 “최근 대기업 행태를 보면 자율합의를 통한 대-중기간 동반성장이 가능한 것인지 의구심이 든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계는 이날 ‘대기업 적합업종 해제신청에 대한 중소기업계의 입장’이란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유장희 동반성장위원장에게 전달했다. 성명서엔 △대기업의 적합업종 해제 유도 행위 중단 △해제신청 대기업 신청적격 여부 검토·공개 △동반위의 책임있는 추진노력 등을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반면, 대기업들은 적합업종 제도에 대한 실효성을 문제 삼으며 중소기업계와 맞섰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7일 ‘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를 발표하고, 중소기업계의 주장에 반박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중소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지정 이전 2년간(2010∼2011년) 연평균 16.6%였으나, 지정 이후 2년간(2012∼2013년)은 3.9%로 12.7%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전체 중소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연평균 14.4%에서 4.5%로 9.9%포인트 떨어지는 데 그쳤다. 총자산증가율 역시 적합업종 영위 기업은 12.2%에서 6.3%로 5.9%포인트로 크게 떨어졌으나, 전체 중소기업은 10.7%에서 7.6%로 3.1%포인트만 낮아졌다.
결국 적합업종 제도가 중소기업 경쟁력 제고에 효과가 크지 않고, 성장성과 수익성에도 실익이 적었다는 주장이다. 적합업종 제도가 필요없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적합업종에 대한 대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중소기업계들의 반발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82개 품목 재지정이 이뤄지는 올 하반기 이 같은 충돌이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