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한 경기 회복세, 재고에 발목 잡혀 ...제조업 재고율, 4월 이후 120대
기업 창고에 재고가 쌓여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발생한 세월호 참사 이후 기업들의 재고 증가율이 판매 증가율을 큰폭으로 상회하고 있다. 재고는 당장은 생산 관련 경제지표를 개선시키는 효과가 있지만 상당 부분이 그냥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즉 최근 쌓인 재고가 소비로 연결되지 않으면 기업의 손익에 타격을 주는 것은 물론 경기회복세의 발목을 잡을 우려가 높다.
14일 통계청에 따르면 제조업 재고율(제조업의 출하지수에 대한 재고지수 비율)은 2012년 11월부터 11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고 이후 작년 9월부터서는 110 후반대로 올라섰다.
특히 세월호 사태가 발생한 지난 4월에는 120.9로 2009년 1월(126.5%) 이후 5년 3개월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한달 후인 5월에는 120.6으로 전달에 비해 0.3포인트 줄었으나 숨고르기 정도의 감소폭일뿐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6월에도 제조업 재고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제조업체 1502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품재고 수준에 대한 경기실사지수(BSI)가 6월 106으로 전달보다 2포인트 상승했다. 100이 넘으면 재고를 우려하는 기업이 더 많다는 의미다.
기업의 재고가 증가한다는 것은 두 가지 다른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 기업들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고 수요 확대에 대비해 미리 생산을 했다는 긍정적인 신호일 수 있다. 반면 기업들이 생산을 해도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 재화가 창고에 쌓이고 있다는 부정적인 의미일 수도 있다.
이 두가지 해석 중 후자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최근 주변을 보면 세일 행사가 급증하는 등 소위 ‘땡처리’ 판매가 늘고 있으며 민간소비는 꾸준히 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높은 재고 수준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기업들의 수익에 직격탄이 된다. 통계청 관계자는 “경기가 부진해 재고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며 “기업들은 재고를 계속 쌓아두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판매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하고 판단하고 장부처리를 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기업들의 수익은 악화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세월호 사태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 됐다. 경기 회복에 기대를 걸면서 생산을 늘렸던 기업들이 갑자기 발생한 세월호 사태로 소비가 급감하면서 재고 부담을 더 떠안게 된 것이다.
아울러 기업들의 안고 있는 재고부담은 경기회복의 속도를 늦출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여파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마무리 돼야 하는 시점에서 현 시점에서 기업들은 쌓인 재고로 생산 확대를 주저할 가능성이 높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재고는 GDP 통계에 집계되지만 소비가 되지 않으면 중간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며 “쌓여가는 재고는 GDP를 실제보다 더 커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이어 “과거 일본 경제를 보면 소비와 투자가 늘어나는 듯 보였으나 지출이 늘지 않았고 이는 재고가 늘어난 것이 그 배경이었다”며 “일본은 이렇게 결국 장기침체에 빠졌으며 이는 현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