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급락으로 시중은행의 외화예금에 돈이 몰리고 있다. 원화절상으로 ‘세 자릿수 환율시대’가 열릴 것이란 관측이 퍼지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들이 몰리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계속되면서 각 시중은행 창구에는 외화예금에 대한 고객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외국환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은 596억3000만 달러로 전월말 대비 12억1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전월에 이어 두 달 연속 사상 최대치를 경신한 것이다.
시중은행의 외화예금 현황을 들여다보면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KB국민, 신한, 외환, 우리, 하나은행의 지난 5월말 외화예금 잔액은 314억3900만 달러를 기록했다. 3개월 연속 증가세다. 지난 3월 272만5200만 달러를 기록했음을 감안하면 석 달 만에 15%나 급등했다.
6년 만에 원·달러 환율이 장중 1010원 아래로 밀려나는 등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는 상황에 환율 저점을 노린 기업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외화예금 수요가 늘고 있다. 증시 급락과 1%대 초저금리 속에서 마땅히 돈을 굴릴 곳이 없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MMDA, MMF, CMA에 대기하고 있던 돈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5월 1020원선 아래로 떨어지면서 연중 최저치를 경신한 데 이어 전일에는 장중 1009.85원까지 밀려났다.
이에 단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세 자리’를 찍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감이 퍼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하단에서 강하게 유입되는 결제수요(달러 매수)와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 등으로 인해 하락 속도가 제한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환율이 1010원선까지 밀려나면서 더 떨어지기 어렵다는 인식이 퍼졌다”며 “하반기 달러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영업점마다 환테크나 외화예금에 대한 문의가 부쩍 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