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차량 다른 연비’ 車업계 혼란…현대ㆍ쌍용차 브랜드 이미지 훼손
자동차 업계가 공황상태에 빠졌다. 동일한 차량을 놓고 국토부와 산업부의 연비 재조사 결과가 엇갈리자 자동차 업계는 ‘혼란스럽다’는 탄식만 나오고 있다.
현대차는 정부가 연비를 발표한 27일 공식자료를 통해 “연비에 대한 정부 부처의 상이한 결론 발표에 대해, 행정의 대상이자 객체인 기업은 어느 결론을 따라야 하는지 매우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이어 현대차는 “연비는 측정 조건에 따라 상당한 편차가 발생할 수 있는 사안으로, 테스트 운전자의 운전 패턴, 시험설비, 시험실 환경요인, 시험 연료, 차량 고정방식, 차량 길들이기 방식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동일기관이 측정해도 편차가 존재한다”며 공정성 결여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들 자동차 업체들은 갑작스럽게 국토부에서 연비 검증에 끼어들었다는 점에서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전례없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그동안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과 수입차 업체들은 10년 넘게 연비 인증 법규인 ‘에너지이용합리화법’과 ‘자동차의 에너지 소비효율 및 등급 표시에 관한 규정’에 따라 연비 인증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인증을 받아왔다. 국토교통부는 승용차에 대해 산업부에서 인증받은 에너지소비효율(연비)을 준용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처음으로 국산승용차와 수입차 일부 차종에 대한 연비 조사가 시행되면서 혼선을 빚게 됐다. 현대차와 쌍용차는 연비 인증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법규에 의해 실시하는 사전·사후 인증과 ‘양산차 연비 사후관리’에서도 적합 판정을 받고도 국토부에 부적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쌍용차 관계자는 “이번 결과로 일반기업이나 소비자가 혼란을 가질 수밖에 없고, 어느 말을 들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며 “어느 부처의 결과를 신뢰해야 할지 기업 입장에서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국토부의 연비 부적합 판정으로 현대차와 쌍용차엔 브랜드 훼손이라는 낙인이 찍혔다는 점이다. 국내 기업들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하락은 물론, 소비자의 비난까지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에는 국내시장에서 디젤차가 큰 인기를 끌며 ‘연비’가 소비자의 주요 선택포인트로 부상한 만큼, 두 회사의 타격은 불가피해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발표만 하면 그만이지만, 기업은 고래싸움에 등 터져 소비자 불만을 받아내는 총알받이 신세가 됐다”며 “연비측정에 대한 통일된 기준도 없이 각자 연비조사를 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너무나 무책임한 처사”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연비 재조사 결과는 국내는 물론 국외까지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안”이라며 “정부 부처 싸움이 한국의 수출 주력 품목인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은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