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부그룹이 동부제철을 대상으로 한 자율협약을 신청하기로 했다. 그러나 채권단이 요구하는 동부화재 지분 담보는 거절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 구조조정을 둘러싼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26일 동부그룹에 따르면 동부제철은 26일과 27일 중으로 채권단에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을 신청할 계획이다. 자율협약은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로 기업이 도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채권단이 시행하는 지원책이다.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과 달리 강제성은 없지만 재무구조개선 약정보다는 한 단계 수위가 높은 구조조정 방안이다.
채권단이 동부제철의 자율협약 신청을 받아들이면 산업은행 주도의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외에 다른 채권단이 동의하지 않을 경우 동부제철이 워크아웃에 들어갈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특히 동부제철의 회사채 60%를 인수하는 신용보증기금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동부제철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쟁점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동부제철 부장이 보유한 동부화재 지분이다. 채권단은 포스코가 동부패키지 인수를 포기한다고 선언하기 이전부터 꾸준히 동부화재 지분을 담보로 요구해 왔다. 그룹 구조조정 실패시 동부화재 지분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김 회장은 동부화재 지분을 내놓을 수 없다며 극구 반대하고 있다. 김 부장의 지분이 경영권 유지의 핵심이고, 지분이 넘어가게 되면 사실상 동부그룹이 김 회장의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김 부장은 동부화재의 최대주주로 지분 13.3%를 갖고 있다. 동부화재는 동부증권(19.92%)과 동부생명(92.94%)를 갖고 있고, 이 계열사를 통해 통부저축은행과 동부자산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동부화재 지분을 둘러싼 채권단과 김 회장의 대립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동부는 수익성이 낮은 제조업을 정리해 유동성 자금을 확보하고 금융위주로 동부그룹의 내실을 다지겠다는 포석이고, 반면 채권단은 정부자금이 동부의 제조업 사업 정리에 이용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어 양측이 대립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