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자’ 에어아시아, 한국법인 설립 연기… 한숨 돌린 국내 항공업계

입력 2014-06-1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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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업계 ‘가격 파괴자’로 불리는 에어아시아가 한국 법인 설립을 잠정 연기하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한 숨 돌리게 됐다. 다만 법인 설립 연기가 잠정적인 것이고, 태국과 일본 등 각국 자회사에서 한국행 노선을 취항하는 방식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키로 해 에어아시아에 대한 국내 항공업계의 경계령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즈란 오스만 라니 에어아시아엑스 대표는 18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한국법인 설립이 현재 활발히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우선 인도와 일본법인 등을 우선적으로 설립할 예정이지만 올해 한국법인은 설립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에어아시아엑스는 에어아시아그룹 내 장거리 저비용항공사(LCC)다. 말레이시아에 거점을 두고 있는 에어아시아는 세계 88개 도시 150개 노선을 운항하는 아시아 1위 LCC로 손꼽히고 있다. 에어아시아는 각 국 현지 법인을 포함해 150여대의 항공기를 보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1~2012년에는 프랑스 에어버스에 300대 이상의 항공기를 추가 주문한 상태다.

국내 LCC들이 리스 형태로 항공기를 운영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에어아시아는 자체보유 항공기를 통해 국내 항공사들이 절대로 제시할 수 없는 가격에 항공권을 내놓고 있다. 파격적인 특가 요금을 내세워 각국 항공 시장을 뒤흔들고 있어 항공업계는 에어아시아를 ‘가격 파괴자’로 부르고 있다.

당초 에어아시아는 청주국제공항을 거점 공항으로 삼고 자본금 600억원 규모의 에어아시아코리아(가칭) 설립을 추진했다. 5년간 A320 항공기 20대를 투입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그러나 경쟁력에서 밀리는 국내 항공업계의 피해를 우려한 한국 정부의 반대와, 취약한 청주공항 인프라 및 수도권 접근성 부족에 법인 설립을 연기했다. 아즈란 오스만 라니 대표는 “청주 공항의 경우 접근성과 인프라가 모두 부족해서 거점 공항에 적합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항공업계는 에어아시아의 한국법인 설립 연기를 환영하고 있다. 출혈 경쟁을 넘어 고사 직전까지 몰릴 수 있었던 위기에서 일단 시간은 벌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에어아시아가 한국시장 공략을 잠시 늦췄을 뿐, 계속될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정부가 나서서 기간산업 중 하나인 항공시장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에어아시아의 설립 연기에 대다수 항공사들이 다행이라 여길 것”이라며 “에어아시아가 편법 아닌 편법을 동원해 한국법인을 설립키로 했는데, 겉으로는 국적사지만 결국 운영은 에어아시아가 하는 모양새여서 진출 허용은 불허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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