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야루젤스키 전 대통령, 90세 일기로 사망

입력 2014-05-26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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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산주의 마지막 수호자…1981년 계엄령 선포·자유노조 탄압도

▲25일(현지시간) 폴란드 공산정권 마지막 대통령이었던 보이치에흐 야루젤스키가 90세 나이로 사망했다. 사진은 야루젤스키가 지난 2009년 9월 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한 심포지엄에 참석한 모습. 파리/AP뉴시스

폴란드 공산주의자의 마지막 수호자였던 보이치에흐 야루젤스키 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향년 90세.

그는 지난 2011년 암 진단을 받았으며 이달 초 뇌졸중이 겹쳐 군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왔다.

야루젤스키는 공산당 제1서기이자 총리로 있던 1981년 계엄령을 선포했으며 공산권 첫 자유노동조합인 폴란드 ‘연대노조(Solidarity)’를 탄압한 전력이 있다.

1983년까지 이어진 계엄령 기간 레흐 바웬사 전 대통령과 레흐 카진스키 전 대통령 등 연대노조 지도자들이 법원 영장 없이 불법 구속되는 등 탄압을 받았으며 약 100명이 사망했다.

야루젤스키는 연대노조가 정치 전면에 재등장하는 등 공산주의가 몰락하던 1989년 7월 간접선거를 통해 대통령에 선출됐다. 연대노조 인사를 총리로 임명하는 등 원만한 정권 이양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민주화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자 1990년 9월 대통령직을 내놓았으며 같은 해 12월 처음 치러진 민선 대통령선거에서 바웬사가 압도적인 표를 얻으며 당선됐다.

이후 야루젤스키는 지난 2006년 1980년대 계엄령 선포와 연대노조 탄압 혐의로 정식 기소됐으나 2011년 암 진단을 받은 이후 법원이 재판 출석을 면해줘 유죄 판결을 받지는 않았다. 그는 당시 계엄령 선포가 구소련군의 진입을 막으려는 것이었다며 자신의 입장을 옹호했다. 그는 지난 2005년 폴란드의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불행히도 (계엄령 당시) 피가 흘렀다”며 “그러나 만일 계엄령이 선포되지 않았다면 피가 강처럼 넘쳐흘렀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야루젤스키의 탄압으로 구속됐으나 이후 그의 뒤를 이어 폴란드 대통령에 오른 바웬사는 “수많은 싸움에서 그에게 졌지만 폴란드의 자유를 위한 싸움에서는 이겼다”며 “그의 세대는 어려운 선택을 해야 했으며 개인적으로 그는 똑똑하고 유머가 많은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소련 대통령은 “뛰어난 사람으로 폴란드를 위해 많은 일을 했다”며 “우리는 함께 파시즘에 맞서 싸웠고 사회주의 선택을 끝까지 유지했다”고 애도했다.

폴란드 자유노조운동에 대한 책을 펴낸 티머시 가턴 애시 옥스퍼드대 교수는 “그는 진정한 폴란드의 애국자였다”며 “고르바초프가 그에게 다르게 행동할(민주정치로의 원만한 이행) 기회를 줬을 때 그렇게 했다”고 평가했다.

야루젤스키의 유족으로는 아내인 바버라와 딸 모니카, 외손자인 구스타프가 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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