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이 지휘부 갈등으로 결국 사면초가에 몰렸다. 금융감독원이 그룹 내분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면서 국민은행에 이어 KB금융지주에 대한 특별 검사에도 돌입했다. 금감원은 상황에 따라서 국민카드를 대상으로도 특검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기에 국민은행이 추진해온 주 전산시스템을 유닉스(UNIX) 기반 체제로 교체하려던 2000억원대 사업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에는 각종 금융사고에 따른 후속조치로 대규모 제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9일 은행검사국 인력을 투입해 국민은행에 대한 특검에 들어간 데 이어 20일부터는 KB금융지주에 대한 특검도 시작했다. 은행검사국 4명과 IT검사국 검사역 3명 등 총 7명이다. 당초 금감원은 은행에만 5명의 검사역을 보내 현장조사에 나섰지만 KB금융지주 조사를 병행하며 검사인력을 확대했다. 단일 사건에 이정도 조사인력을 투입한 것은 이례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전산시스템 교체와 관련해 국민은행에 대해 검사를 하다 보니 KB금융지주과 관련된 부분이 너무 많아 KB금융지주도 같이 검사하기로 했다"면서 "내부통제가 제대로 안 된 전형적인 사례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번 집안싸움의 당사자인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의 입장 차이는 전혀 좁히지 않고 있다. 임 회장은 "이번 건은 은행과 이사회 간의 문제이지 회장과 행장 간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사회 의결이 정해지면 존중돼야 하고 은행을 책임지는 집행기구의 최고 책임자인 CEO는 이사회결정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 행장은 "은행장 입장에서 전산시스템 교체를 미루더라도 의혹 없게 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은행 내분 사태로 인해 전산시스템을 유닉스 기반체제로 교체하려던 계획에는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행장이 전산시스템 전환에 관한 이사회 의결에 반대하며 법원에 이사회 결정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기로 한데다 금융감독권의 검사가 진행중이어서 정상적인 사업추진이 어렵기 때문이다.
한편 국민은행은 각종 금융사고에 따른 후속 조치로 내달 대규모 제재를 받을 전망이다. 금감원은 국민은행과 관련한 3~4건의 특별검사를 모두 마치고 내달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려 제재를 결정할 예정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도쿄지점 부당 대출 및 비자금 의혹, 보증부 대출 부당이자 환급액 허위 보고, 국민주택채권 90억원 횡령, 1조원대 가짜 확인서 발급 등으로 금융당국의 특별 검사를 받았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국민은행과 관련해 개별 특검을 모두 마치고 현재 자료를 정리 중"이라면서 "내달 말께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재 수위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국민은행에 대해서는 기관 경고, 해당 점포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영업 정지가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임직원 100여 명 이상이 제재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