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SNS의 또다른 ‘세월호 선장들’ -김태헌 미래산업부 기자

입력 2014-05-21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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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세월호가 침몰하며, 우리 사회도 ‘불신의 바다’에 빠졌다. 그간 SNS는 허위사실에 대해 자발적 정화 기능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사건으로 그간 쌓아왔던 신뢰는 일순간 무너졌다.

우리에게 SNS는 언론이나 정부 발표보다 더 신뢰받는 소통 채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의 지인과 관계를 맺고 소통하는 창구이기에 다른 누군가의 이야기보다 더 신뢰감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세월호 사고로 이런 신뢰 프로세스는 붕괴됐다. 이번 역시 가짜 정보를 지속적으로 걸러내는 필터링 기능은 동작했지만, 쓰나미처럼 밀려드는 ‘거짓정보’를 모두 걸러내는데는 실패했다.

‘단원고 학생 전원 구출’이라는 오보로 정부와 언론이 불신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익명성 뒤에 숨어 무책임하게 써내려간 ‘배설물’을 자신의 SNS에 그대로 올리고 공유한 네티즌 역시 혼란을 불러왔다.

전혀 확인되지 않거나 심지어 정부와 경찰이 사실이 아니라고 공식 확인하고 보도까지 한 내용을, 자신이 본 것처럼 또는 사실이 확인된 것처럼 이야기했다. 실종자 부모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실종자인냥 문자와 카카오톡 캡쳐화면을 올리며 “구조해 달라”고 애원하는 ‘범죄자’도 있었다.

이런 행동들은 정부와 해경, 그리고 유가족들에게 혼란과 분노를 가져왔고, 결국 공권력이 SNS를 강제 정화하는 단초를 제공했다. 경찰은 허위사실 유포자를 엄벌하겠다며 여러명의 또 다른 ‘세월호 선장’을 체포했다.

우리는 이미 SNS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고 이를 공유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 이는 그만큼 걸러야 하는 정보도 방대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심지어 공인들까지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퍼져있는 확인되지 않은 글을 퍼날라 문제를 일으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

세월호 사건 발생 36일째에 접어들었다. 20일까지 단원고 학생을 포함해 17명이 아직까지도 차디찬 깊은 바다속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남은 실종자들과 무너져 내린 SNS 신뢰가 하루 빨리 ‘구조’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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