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원화 가치가 실질 실효환율로도 지난달 이미 6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수출 비중이 높은 우리경제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한국은행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국제결제은행(BIS)이 산출한 지난 4월 원화의 실질 실효환율 지수(2010년 100기준)는 110.9로, 전월(113.46)보다 2.8%나 상승했다. 이는 2008년 4월(111.3) 이후 최고 수준이다.
실질 실효환율은 명목 환율을 상대국과의 교역 비중으로 가중평균해서 물가 변동을 반영해 산출하는 환율로, BIS의 실질 실효환율 지수는 2010년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통화가치가 고평가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준 시점인 2010년과 비교하면 지난 4월 원화 가치는 실질실효환율로 10.9% 올랐다.
이는 명목 환율 기준 원화의 미국 달러화에 대한 평가 절상폭(10.9%)과 마찬가지다. 2011년 9월 이후 13개월간 100을 밑돌던 월별 원화의 실질실효환율 지수는 2012년 10월부터 100을 넘었다.
반면 엔화는 2011년 8월 이후 14개월간 두 차례를 빼고는 매달 100을 웃돌다가 아베노믹스의 영향으로 2012년 10월(99.67)부터 100 아래로 떨어져 하락세를 거듭한 끝에 지난 4월에는 75.97로 집계됐다.
한국과 일본은 수출경합도가 높아 이는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분석에 따르면 작년 한·일 수출경합도는 전년 대비 0.02포인트 오른 0.501을 기록,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미국도 가세한 상황이다. 미 재무부는 한국의 경상 흑자가 적정 수준(3~4%)보다 많고, 원화 가치가 8% 저평가됐다고 지적, 원화 절상에 대한 정부의 개입 여지를 제한했다.
구조적인 내수 침체를 타개할 묘수가 보이지 않는 가운데 원화가치 급등으로 수출마저 타격을 받으면 경제 성장의 양 날개가 꺾이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