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빌려 주식투자에 나서는 개미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융자 잔고가 5조원에 육박하며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것.
올해 상반기 외국인 주도의 중·소형주 장세가 펼쳐지자 개인투자자들이 빚까지 내며 코스닥 종목 투자에 본격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작 주가 상승을 주도한 외국 자금이 코스닥 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있어 우려감이 커지고 잇다.
18일 한국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4일 기준으로 국내 증시 신용잔고가 4조9391억원으로 5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신용잔고가 4조9923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6월 7일 이후 최고치다.
주식시장에서 신용거래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서 주식에 투자하는 것을 뜻하며 신용융자 잔고가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빚을 내서 주식에 투자한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시장별로는 코스닥 시장의 신용잔고 증가 폭이 컸다. 코스닥 신용잔고는 지난해 12월 31일(1조8921억원) 이후 이날(2조3696억원)까지 5000억원 가까이 불어났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의 잔고는 2조2997억원에서 2조5695억원으로 늘었다.
신용잔고가 증가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중·소형주 중심으로 시장 흐름이 바뀐 연 초부터다.
올 들어 외국인과 기관이 중·소형주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면서 코스닥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의 발길이 코스닥시장으로 향하기 시작한 것.
코스닥 지수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 힘입어 2월 초부터 본격 상승세를 타 지난달 18일 연고점인 571.23을 기록했다. 연초 이후 14.25%나 오른 것이다.
문제는 그간 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 자금이 연고점을 기점으로 빠른 속도로 이탈하면서 지수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이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18일 이후 이날 현재까지 1.91% 내렸다.
아직 하락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엔 이르지만 경험적으로 5~6월은 주식시장이 약세를 나타내왔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작년에도 상반기 중·소형주 강세장이 5월을 지나면서 약해진 바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하락장이 형성되면 신용잔고 수량이 높은 종목을 보유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거나 돈을 무리해서 빌린 개미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선현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수 상승기에 급증한 신용잔고는 하락기에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며 "상승기에 신용잔고 수량이 급증한 종목은 지수가 하락할 때 상대적으로 주가 하락폭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돈을 빌려 투자했다가 손실이 나면 기본 손실 외에 이자까지 더해지면서 실제 손실이 커지는 레버리지 구조라는 점도 문제"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