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동이’ㆍ‘프랑켄슈타인’ 통해 본 극단적 이기주의와 소통 [이꽃들의 36.5℃]

입력 2014-05-07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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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금토드라마 '갑동이' 스틸컷(사진=CJ E&M)

사이코 패스 이준이 치료감호소에서 자신을 상담해준 정신과 여의사 김민정의 곁을 맴돈다. 형사 윤상현은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이준을 의심하지만, 베테랑 형사 성동일은 윤상현을 용의선상에서 배제하지 않는다. 최근 인기리 방송 중인 tvN 금토드라마 ‘갑동이’의 풍경이다. 물고 물리는 관계 속에 용의자는 이준으로 좁혀가지만, 당사자의 모습은 놀라우리만치 태연하다.

소용돌이 한 가운데 위기에 닥친 한 개인의 소름끼치는 태연함은 현실에도 찾아볼 수 있다. 침몰하는 배에서 팬티 바람으로 나홀로 목숨을 구하기에 급급했던 선장은 구조 직후 젖은 지폐를 꺼내 말려댔다. 이를 지켜본 현장의 의사는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서 구조된 사람이 저렇게 태연할 수 있다는 게 의아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태연함이라는 것은 때로 우리 사회 속 기형적인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인격모독, 명예훼손 등을 벌이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 집단의 현주소가 다뤄졌다. 실제 이용자는 제작진과 인터뷰를 통해 “자기만족이 크다. 남을 생각하면서 하진 않는다. 그럴 필요성을 못 느낀다”고 차분하게 말했다. 피해자, 피의자, 관찰자의 온도 차가 크게 느껴지는 순간이다. 전 대통령을 비하하는 합성 게시물을 가리켜 “그냥 딱 보기에도 너무 재밌지 않나? 이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또 다른 이용자의 언급 역시 이러한 집단의 극단성을 잘 드러낸다.

개인, 집단뿐만이 아니다. 우리 사회의 대표격인 정치인의 모습도 형편없다. 3일 뉴스타파는 지난 1일 전남 진도군 실내 체육관을 방문한 정홍원 국무총리와 세월호 침몰사고 실종자 가족의 대화를 보도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총리님께서 우리 아이들의 실제 모습을, 어제 올라온, 오늘 올라온 우리 아이들 얼굴을 보고 올라가십시오. 그래야만 상황이 바뀝니다. 우리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우리는) 매일 봅니다. 그러니 총리님께서도 올라가기 전에 약속을 단 한 가지만 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사건 발생 후 시간이 흘러도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데 있어 부실한 대응과 미진한 행정 처리가 이어지자, 유가족은 지휘부에게 사건에 대한 적극적인 공감부터 촉구한 것이다. 이와 같이 공감 능력의 부족은 극단적 이기주의가 초래한 병폐다. 현대 사회가 낳은 극단적 이기주의는 오늘도 비극을 발생시키고 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을 연기하는 배우 박은태.(사진=충무아트홀)

최근 흥행 속에 공연 중인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는 한 괴물의 이야기가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다. 시체 접합을 통해 생명 창조를 꿈꾼 프랑켄슈타인의 손에서 탄생한 괴물은 원래 그의 진실한 친구 앙리다. 그는 프랑켄슈타인의 신념을 지켜주고자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형장의 이슬을 자처했다. 이에 프랑켄슈타인은 자신을 위해 목숨을 내놓은 친구 앙리의 육체를 이용해 이상을 실현한다. 그러나 더 이상 인간 아닌 괴물의 모습에 프랑켄슈타인은 그를 외면해버린다.

철저한 외로움 속에 괴물은 인간의 배신을 연이어 맞닥뜨리며 살아간다. 인간 세상에 대한 염증으로 가득한 괴물은 인간 그 누구도 없는 북극으로 떠나길 꿈꾼다. 괴물은 결국 북극으로 프랑켄슈타인을 이끈 뒤, 자신의 목숨을 끊는 선택을 한다. 오히려 프랑켄슈타인을 영원한 고독 속에 버려두는 것으로 복수를 대신한 것이다. 고독이 가장 철저한 고통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통해 관객은 인간 아닌 괴물이 끝내 놓지 않았던 소통을 느낀다. 반면 프랑켄슈타인은 홀로 남겨진 자신의 운명에 몸서리치는 탓에 괴물의 죽음을 슬퍼한다. 이기주의에 내몰린 현대인은 자꾸 외부의 괴물을 상정해 본질을 회피한다. 이기주의에 내몰린 현대인이 만들어내는 ‘진짜’ 괴물은 바로 스스로가 아닐까. 소통과 공감으로 향하는 날 선 자성의 목소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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