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수 많은 목숨을 앗아간 대형 사고의 뒤를 캐 보면 대개 인재(人災)가 발단이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서도 온 국민들은 관료들의 무능과 부패에 분노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사고 원인과 관련해 정부 관료들의 ‘적폐(積弊)’를 언급하며 “이번 기회에 (관료들의) 고질적 집단주의가 불러온 비리의 사슬을 완전히 끊어내야 한다”고 강조하게 된 맥락이다.
사실 관료중심주의적 구조가 가지는 문제점은 세월호 사고를 만든 해상안전분야 외에도 사회 전 분야에 뿌리깊게 박혀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경제분야는 ‘관치의 맏형’ 격이다. 1960년대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 등 정부주도형 정책을 토대로 경제발전을 이뤘던 경험 탓에 관료와 경제가 불가분의 관계가 됐고 온갖 분야에서 정부의 시장개입이 정당화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정부주도의 경제정책은 단기적으로 성과를 거둘 수 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고 경제 시스템이 복잡해질수록 관치의 효용성은 떨어진다는 게 학계의 정설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대통령을 비롯한 몇몇 고위 경제관료가 국가경제 전체를 책임진다는 인식의 틀이 곳곳에 남아 있다. 일례로 이명박 정부의 ‘MB물가지수’는 관치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박근혜 정부가 추진 중인‘경제개발 3개년 계획’이나 대통령이 주재하는 ‘무역투자진흥회의’ 등에서 옛 모습을 떠올리는 이가 적지 않다. 어느 때보다 민간주도로 가야 할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구조라는 지적도 뒤따른다. 이 때문에 관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편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관료사회에 대한 개혁을 강조하고 있는 것과 배치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 사회를 큰 혼란에 빠뜨린 국가적 재앙들을 보면 관료중심의 체제를 왜 바꿔야 하는지 잘 나타난다. 세월호 사고는 해양관료들의 카르텔 구조에서 허술해진 안전관리가 얼마나 큰 재양을 가져오는지 보여준 경우다. 경제분야의 재앙도 불러온 예가 있다. 불과 십수년전 하마터면 나라가 망할 뻔 했던 외환위기 사태는 '모피아'로 불리는 경제관료집단이 주범이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관치 중심 구조를 개혁하고 민간의 창의력과 혁신능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업가정신의 핵심이 창의성과 도전인데 정부 개입이 들어오면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민간이 자율성을 마음껏 발휘하도록 정부는 그 여건을 만들어주는 데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