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조합원에 재건축 분담금 '폭탄 세례'

입력 2006-06-0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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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원동 D아파트 경우 2평 늘리는데 2억3천만원

삼성물산(건설부문)이 수주한 재건축 단지에 타 단지보다 훨씬 높은 조합원 분담금을 책정해 물의를 빚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 2003년 6월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시행에 따라 시공사 선정 기간이 사업시행 이후로 늦춰지자 도정법 시행 직전인 2002년 하반기부터 2003년 상반기까지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서만 1대1 중층재건축 아파트를 대상으로 대대적인 수주전을 벌여 10개 단지의 시공권을 획득했다.

최근 재건축단지에 대해 개발부담금 부과가 결정되자 사업속도를 높여 9월 이전에 관리처분인가를 받으려는 단지들이 늘자 삼성물산이 조합원 분담금을 대폭 올렸다.

재건축 조합 입장에서는 개발부담금을 피하기 위해 8월까지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사업속도를 늦출 수없어 분담금을 조정할 만한 시간 여유가 없다.

이에 따라 삼성물산의 분담금 인상은 건축업자의 일방적인 횡포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더욱이 문제의 심각성은 삼성물산이 앞장서서 재건축 분담금을 상승시키자, 대림산업, GS건설, 롯데건설 등 다른 대형브랜드들도 덩달아 삼성물산과 비슷한 수준의 분담금을 책정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이는 흡사 삼성물산이 지난 2002년부터 2004년까지 일반분양물량에 대한 분양가를 잇달아 당시 최고가로 올리자 다른 업체들도 줄줄이 분양가를 인상했던 사태를 연상시키고 있다.

이에따라 업계에서는 "일반분양가는 정부와 해당 지자체의 강력한 규제로 파격적 인상이 어려워지자 대기업들이 당국의 도움을 받기 어려운 재건축 조합원을 상대로 돈놀이를 하고 있다"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 재건축 분담금 유사 사업보다 5000만원 이상 높아

지난 5월초 사업시행인가를 받고 올 9월 이전 관리처분 계획 통과를 목표로 현재 분양신청을 받고 있는 서초구 잠원동 D아파트가 대표적인 예다.

현재 34, 39, 49평형 총 637세대로 구성된 이 단지는 재건축을 통해 임대아파트인 28평형과 36, 42, 52평형 등 총 676세대로 거듭나게 된다.

1대1 재건축인 이 아파트는 34평형 소유자는 36평형으로, 39평형은 42평형, 49평형 소유자는 52평형을 분양 받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일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시공사 삼성물산이 제시한 과다한 분담금. 대림아파트 기존 34평형 소유자가 36평형으로 단 두 평을 늘려갈 경우 분담금은 무려 2억3000만원 선에 이른다.

D아파트의 재건축 분담금이 이렇게 높은 까닭은 바로 1대1 재건축이란데 있다. 즉 일반분양물량이 없어 수익이 없는 만큼 조합원들은 땅값을 제외한 철거비와 모든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시공사인 삼성물산이 제시한 분담금이 너무 많다는 것.

현재 9월 이전 관리처분 인가를 목표로 사업속도로 높혀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는 서초구에만 D아파트를 비롯해 잠원동 한신 5차와 6차, 우성, 한양 반포동 삼호가든 1,2차 등 여러 단지들이 있다. 이중에서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D아파트와 반포동 삼호가든 1,2차의 조합원 분담금은 타 단지보다 평균 5000만 원 이상 높다.

33, 35 두 개 평형이 있는 인근 잠원동 한신5차의 경우 대림산업이 시공을 맡아 역시 임대아파트 28세대를 제외한 1대1 재건축이 추진된다. 이 단지는 조합원 물량도 평수 변경 없이 기존의 33, 35 평형 그대로 분양 받게 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단지 33평형 소유자가 새아파트 33평형으로 옮길 때 필요한 분담금은 1억 5000만~2억원이다.

물론 D아파트보다 3평이 적지만 사실상 수요자들이 인식하기에 33평형과 36평형에 대한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이 정도 금액은 차이가 지나치게 크다는 게 D아파트 조합원들의 불만이다. 특히 한신5차는 한강조망권을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또 두산산업개발이 시공을 맡은 인근 한신6차의 경우도 분담금은 이보다 낮은 수준이다. 전체 35평형 단일평형으로 구성된 한신6차는 재건축을 통해 임대물량을 제외한 조합원 32, 43 두 개 평형으로 구성된다. 각 평형에 대한 분담금은 32평형으로 갈 경우 3200만원 가량, 그리고 43평형으로 갈 때는 3억 2000만원을 내야한다.

이 아파트 32평형은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D아파트 36평형보다 4평이 작지만 분담금 차이는 2억원이 된다. 즉 두아파트의 평당 분담금은 무려 5천만원 차이가 나게 되는 셈이다.

현재 D아파트 34평형의 매매가는 9억~9억8000만원 선이며, 한신6차 35평형은 9억5000만~10억3000만원 선이다. 이에 따라 D아파트 34평형을 매입해 36평형으로 갈 경우 소요되는 총비용은 11억 3000만~12억원 선이 된다. 한신6차 재건축 32평형 매입가격이 9억2000만~10억원 선인 점을 감안하면 단 4평 차이와 '래미안' 상표 값 만으로 2억원 이상 더 내야하는 셈이 된다.

◆삼성물산 분담금 '폭탄' 이미 오래된 일

이 같은 삼성물산의 분담금 과다책정에 따른 논란은 D아파트 이전에도 많은 사례가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서초구 반포저밀도 재건축지구 5주구에 속하는 미주아파트다. 삼성물산은 반포 저밀도 재건축이 한창 추진되던 시점부터 미주아파트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현재는 시공권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 이는 삼성물산이 함께 사업을 추진했던 반포주공2단지보다 평당 10만원 이상 공사비를 높게 책정한데 따른 것이다.

당시 삼성물산은 "미주아파트의 경우 반포주공2단지와는 달리 단지규모가 400세대에도 못미쳐 별 수 없이 공사비를 높게 책정했다"고 밝혔지만 조합원들의 불만에 따라 시공권을 포기한 바 있다. 이후 삼성물산은 두차례에 걸쳐 미주아파트 시공사 선정 입찰에 참여했지만 여지껏 시공권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 최근 착공한 경기도 과천시 과천주공 3단지의 경우도 평당 공사비를 790만원으로 상정해 조합원들은 J모 조합장과 건설사측에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최근 관리처분 인가를 준비하고 있는 경기도 광명시 철산동 철산주공단지도 마찬가지. 철산주공 2, 3단지와 하안본 1, 2단지 등 4개 단지가 동시에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유독 삼성물산이 시공하는 철산주공3단지는 타 단지보다 2000만~3000만원 가량의 높은 잠정 분담금을 제시해 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분담금을 발표한 하안본1단지도 잠정가격보다 분담금을 높게 책정해 주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밖에 대구광역시 달서구 성당주공 재건축단지도 삼성물산이 제시한 분담금에 불만을 품은 조합원들을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가 수립돼 대립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조합원들은 시공사 교체도 검토하고 있다. D아파트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와 분담금 인하를 위한 협상을 벌일 예정이지만 정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수용하지 못한다면 다양한 채널을 가동할 수 있다"며 최악의 경우 시공사 교체도 가능함을 시사했다.

하지만 시공사 교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공사는 조합에 조합비를 우선 빌려주는 형태로 조합의 '채권자'로 있는 게 대부분의 경우다. 이에 따라 시공사를 바꾸려면 그동안 시공사가 대주던 조합비를 우선 돌려줘야 하는 등 시공사 교체과정에서 소요되는 시간이 많아 자칫하면 8월까지 마무리해야할 관리처분 인가가 불가능해진다.

D아파트 현지에서 만난 한 조합원은 "브랜드만 보고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선정해줬는데 결국 돌아오는 건 분담금 폭탄 뿐" 이라며 "래미안 브랜드값만으로 2억원을 더 내야할 판이니 분통이 터진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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