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유전체 신분증으로 우리 농산물 지킨다

입력 2014-04-18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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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종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장

최근 언론매체에 수입 먹거리의 원산지를 속이거나 불법 반입하는 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는 보도가 심심찮게 나온다. 관세청에서 지난 1∼2월 먹거리 불법 반입 및 제사용품 원산지 둔갑 행위를 집중 단속한 결과, 47건·625억원 상당을 적발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금액 대비 186% 증가한 수치다.

이 중 중국산 쌀을 국산으로 속여 유통한 원산지 세탁꾼들도 있었다. 이른바 ‘포대갈이’ 수법으로 중국산 쌀을 값비싼 국내산 쌀로 포장만 바꿔치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국내산으로 둔갑한 쌀을 우리가 언제 먹었을지 모르는 일이다. 같은 농산물이라도 워낙 비슷해 국내산인지 수입산인지 육안으로는 식별이 어려워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이는 것 말고도 품종 간 구별이 어려운 점을 악용해 농업인을 속이는 사례도 종종 있다. 한 해 농사를 땀 흘려 지었는데, 벼를 수확해 보니 처음 살 때 설명 들었던 품종과 달라서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육안으로는 구별이 어려운 쌀, 만약 쌀에도 품종을 구분할 수 있는 ‘신분증’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같은 쌀이라도 품종마다 다른 DNA 염기서열을 갖는다. 이 차이를 구분하고 분류하면 겉모습이나 세포 조각으로 확인이 어려운 여러 쌀 품종들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농촌진흥청에서는 쌀마다 다른 염기서열, 즉 유전적 차이를 이용해 품종을 쉽고 간편하게 구별할 수 있는 ‘유전체 신분증’을 만들었다.

벼 285종, 콩 147종에 대해 신분증을 부여한 ‘품종인식 바코드 시스템’은 유전적으로 99% 유사한 품종까지 품종 간 차이도 정확하게 판별할 수 있으며, 1·2차원의 바코드로 쉽게 표현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해 품종명이 표기돼 판매되는 제품마다 바코드를 부착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QR코드를 확인해 품종에 대한 정보를 소비자의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추진 등 수입개방화 추세에 따라 품질이 낮은 외국산 농축수산물이 수입될 때에도 외국산 품종이 국산 품종으로 둔갑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우리가 많은 예산과 노력을 들여 개발해 놓은 고품질 품종이 빠져나가 역수입돼 들어올 때, 품종인식 바코드 시스템을 이용하면 우리 품종에 대한 권리를 강화할 수 있다.

이 기술은 고부가가치의 맞춤형 품종을 개발하는 데 육종의 길잡이로도 활용할 수 있다. 수량이 많고 도정수율이 높으며 밥맛도 좋은 벼 품종을 개발할 때 이 기술을 활용하면 기존 품종의 유전적 특성을 고려한 조합이 가능해 목표 유전자를 지닌 품종을 보다 빠른 시간에 개발할 수 있다.

개발된 시스템은 현재 벼, 콩 두 가지 작물에 대해 완성된 상태다. 앞으로 옥수수, 보리, 밀 중심으로 우선 확대하고 중장기적으로는 개인 육성 품종이나 외국산 수입 품종에 대해서도 바코드 정보를 구축해 나갈 것이다.

식품안전에 대한 우려와 관심이 날로 커지자 강력한 제도를 도입, 소비자들이 우리 농산물을 안심하고 사도록 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지난 6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는 원산지 표시 위반 행위를 방지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기 위해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제를 강화하기로 했다. 개선안에는 기존 벌금·징역 등 형사처벌 외에 위반금액의 최고 10배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는 내용도 담겨 있다.

우리 농산물에 대한 안전 관리체계를 한층 강화하고 언제 어디서 수입한 것인지, 어떻게 생산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낸다면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 불안도 해소돼 적극적 소비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식탁을 위협하고 국산 농산물의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농산물 허위표시에 대한 강력한 대처로 우리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가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심 먹거리를 만들어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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