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효찬 자녀경영연구소장
하버드대의 교육심리학자 하워드 가드너는 ‘다중지능’이라는 책에서 인간의 지능을 언어지능, 논리수학지능, 음악지능, 신체운동지능, 공간지능(건축가, 미술가, 발명가 등과 같이 3차원의 세계를 잘 변형시키는 능력), 대인관계지능(유능한 정치인, 지도자, 또는 성직자), 자기이해지능. 자연탐구지능 등 8가지가 있다고 주창한다.
그런데 흔히 부모들이 자녀에게 범하는 잘못이 다방면에 능한 천재를 요구한다. 국어·영어·수학뿐만 아니라 전 과목을 잘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이런 천재는 흔하지 않다. 가드너가 다중지능을 주창했듯이 사람은 한두 개의 재능에만 강할 뿐이다. 그 재능을 어떻게 발현하게 하느냐가 부모에게 달려 있다. 이때 자녀가 가진 장점을 더 발현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역할이 바로 부모에게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미 500년 전에 ‘다중지능’ 이론을 적용해 훌륭한 인재를 3명이나 배출한 어머니가 있다. 바로 신사임당이다. 사임당은 율곡에게는 언어지능과 대인관계지능에 주목하고, 옥산과 매창에게는 공간지능을 키우는 데 주력했던 것이다. 물론 사임당이 오늘날 가드너의 다중지능 이론을 알지 못했지만 그의 교육철학이 자녀를 맞춤형 재능을 키우도록 이끌었을 것이다.
신사임당이 결혼할 당시에는 율곡 가문은 ‘정체기’라고 할 수 있다. 신사임당의 남편 이원수의 조부는 경주판관을 지낸 인물이었으나 정작 이원수는 과거 시험에 매번 고배를 마셨다. 신사임당이 친정살이를 하게 된 것도 이런 연유 때문이다. 그러나 신사임당은 4남3녀 중 셋째 아들인 율곡 이이(1536~1584)와 큰딸인 매창, 막내아들인 옥산 이우 등 세 명을 큰 인물로 키워 내면서 가문의 부흥기를 다시 일으킨다.
그 비결은 바로 신사임당의 ‘입지(立志)’교육에서 비롯한다. 신사임당은 평소 자녀들에게 “뜻을 세우면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면서 ‘입지교육’을 강조했다. 요즘 아이들은 꿈이 없다고 한다. 그것은 공부를 왜 해야 하는지 목표, 즉 뜻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임당의 입지교육은 보다 구체적으로, 자녀들의 ‘재능’에 따라 맞춤형 교육으로 이뤄졌다. 유달리 총명했고 재능이 뛰어났던 율곡에게는 학문을 시켰다. 13살 때 장원급제를 하더니 총 9번에 걸쳐 과거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고, 후에 성리학의 대가이자 정치가, 교육자로 성장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