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금융’ 쟁탈전]100세시대 밑천 어디서 굴릴까

입력 2014-04-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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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금융 2020년 1000조 규모

오는 2020년 1000조원 규모로 예상되는 은퇴 금융시장 선점을 놓고 금융권의 본격적인 혈투가 시작됐다. 올해 초 금융권 최고경영자(CEO)들은 노령화시대 맞춘 은퇴시장 공략을 선언한 바 있다. 이에 금융회사 마다 다양한 은퇴관련 금융상품을 개발, 신상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

올해는 예년과 달리 은퇴 금융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약세였던 은행권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은행권 최초로 1일 ‘신한미래설계’라는 이름의 은퇴 브랜드를 선포하고 본격적으로 은퇴 금융시장 공략에 나섰다. 전국 70개 지역 거점점포에 은퇴 영업을 전담하는 ‘미래설계센터’를 열었다.

이날 신한은행은 ‘행복한 미래를 위한 은퇴 파트너’라는 슬로건도 발표했다. 은퇴 준비에 어려움을 겪는 고객에게 단순히 상품 판매 대신 ‘행복한 가정, 편안한 노후’라는 꿈을 실현하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종합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 처럼 은퇴 금융시장에 집중하고 있는 금융사는 비단 신한은행만이 아니다. 외환은행은 올해부터 45세 이상 고객들을 위한 해피니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나은행 은퇴설계 브랜드 행복디자인을 내걸고 다양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은행권 최초로 은퇴설계 전문인력제도를 시행해 하나행복디자이너를 양성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사실 은퇴 금융시장의 선두주자는 보험사다. 약 215조원으로 추산되는 개인연금 중 78% 가량이 생·손보사에 몰려있다. 사람의 일생을 책임지는 보험상품은 은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보니, 일찍이 퇴직연금 등 타 금융권과의 경쟁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앞으로 은퇴 금융시장을 둘러싼 금융사들의 쟁탈전은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은행권이 반격에 나섬에 따라 100세 시대 은퇴 금융시장 선점을 향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처럼 금융권이 은퇴 금융시장에 주목하는 것은 국내 인구가 빠르게 노령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아직 은퇴 금융시장은 초기 단계에 있어 금융회사에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해 줄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제외한 사적 은퇴 금융시장이 2020년까지는 981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주가연계증권(ELS) 등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한 금융상품 규모의 성장세 등을 고려해 추정한 수치다.

은퇴시장 반응 역시 뜨겁다. 각 은행들이 내놓은 시니어 상품들이 적잖은 인기를 얻고 있다. 우리은행이 지난해 7월 선보인 우리평생파트너통장은 출시 8개월여 만에 35만좌에 육박하는 실적을 올렸다.

NH농협은행이 지난해 9월 선보인 내생애 아름다운 정기예ㆍ적금도 지난달 말 기준 25만5683좌, 5조3272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농협은행 수신 상품 중 최고의 히트작이다. IBK기업은행의 IBK꽃보다청춘통장도 지난해 12월 판매를 시작해 지난달 말까지 9200좌, 79억7400만원을 기록하며 인기몰이 들어갔다.

한편 금융사들이 저마다 차별화된 은퇴 관련 상품과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등 선진국과 비교해 효율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또 은퇴에 대한 사고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구체적인 장기 계획과 이를 조언해 줄 수 있는 전문 인력 인프라 활성화도 숙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금융사들이 출시했거나, 출시를 준비중인 상품과 서비스가 수수료 감면이나 추가 금리 제공, 컨설팅 등 대동소이해 차별화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며 “선진 금융시장의 경우처럼 차별성을 갖는 다양한 상품 개발과 서비스 제공 여부가 은퇴시장 공략의 성패를 가늠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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