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협하는 中 ‘산자이’] 진화하는 중국산 ‘짝퉁’…시름 깊어가는 한국 기업

입력 2014-03-3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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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넘은 베끼기·뻔뻔 마케팅…소송 걸어도 보상금은 커녕 비용낭비

▲TV, 에어컨, 스마트폰 등 조금만 잘 팔린다 싶으면 뭐든 베껴내는 중국 기업들의 한국 제품 베끼기가 도를 넘고 있다. 사진은 LG전자 ‘손연재 에어컨’ 디자인을 완벽하게 모방한 하이얼 에어컨과 구폰(Goophone)에서 삼성 갤럭시 S5를 베껴 만든 ‘구폰S5’ , 그리고 삼성전자 ‘F8000’을 모방한 하이얼 TV다.

지난 18~2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4 모스트라 콘베뇨’.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전 세계 3500여개 에어컨 제조업체 및 부품 업체들이 참가하는 세계 최대 공조 전시회다. 전시회에서 각 업체 부스를 돌아보던 LG전자의 한 고위 임원의 시선이 중국업체의 에어컨에 꽂혔다. LG전자 ‘손연재 에어컨’의 특징인 토출구의 둥근 구멍을 그대로 본 뜬 디자인을 채택한 제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누가 봐도 모방 제품인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완벽하게 디자인을 모방했다.

그는 “이번에 우리는 시스템 에어컨에 집중하기 위해 가정용 제품을 안 들고 나왔는데, 중국 업체가 손연재 에어컨과 똑같은 제품을 내걸고 대대적인 홍보를 하고 있었다”며 “그들의 베끼기 실력과 뻔뻔스러움에 혀를 내둘렀다”고 말했다.

중국 기업들의 한국 제품 베끼기가 도를 넘고 있다. TV, 에어컨, 스마트폰 등 조금만 잘 팔린다 싶은 건 뭐든 베껴낸다. 문제는 제대로 된 대응도 할 수 없다는 것. 짝퉁 시장 규모가 워낙 큰 데다, 중국이 자국 산업보호라는 명목에서 이들 제품을 사실상 방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소송을 걸어도 제대로 된 보상금은커녕 비용만 낭비하기 일쑤다.

31일 전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국내 제품을 디자인이건 기술이건 다 모방하고 있다”며 “문제가 심각하지만 사실상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LG전자 중국 법인은 지난 2006~2008년 중국 에어컨 업체들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두 차례 소송을 제기했다. 모두 LG전자의 승소로 끝났지만, 결과적으로는 거액의 소송비만 날렸다.

LG전자 중국법인에서 근무했던 한 고위 임원은 “소송에서 승리해서 해당업체에게서 받게 되는 보상금이 소송 비용의 1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했다”며 “소송을 해서 이겨도 손해라는 판단에서 이후에는 법적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비용뿐만이 아니다. 자국 업체에 소송을 걸었다는 괘씸죄로 인해 공공 부문에 진출하는 데 불이익을 주는 일도 다반사다.

스마트폰도 중국 업체의 주요 모방 타깃이지만 손 쓸 수가 없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스마트폰인 삼성전자 ‘갤럭시S’ 시리즈는 공개되자마자 곧바로 중국에서 모방 제품이 나온다. 지난 2월 말 MWC2014에서 공개한 ‘갤럭시S5’ 역시 공개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짝퉁폰이 등장했다. 삼성과 애플 제품을 주로 베껴 만드는 구폰(Goophone)이 만든 ‘구폰S5’다. 이 회사는 갤럭시S5 광고 이미지에 로고만 ‘구폰S5’로 바꾼 제품 사진을 공개했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짝퉁폰 4대 중 3대는 삼성전자 갤럭시의 모조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에서 치열한 스마트폰 경쟁을 해야 하는 삼성전자에는 악재다.

문제는 대응이 쉽지 않다는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브랜드 이미지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 법무 전문인력으로 구성된 대응 조직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관련업체들이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단속과 적발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삼성과 LG의 수장들도 법적인 대응보다는 실력으로 따돌리겠다는 각오다. 윤부근 삼성전자 CE(소비자가전) 부문장 겸 대표이사(사장)는 “타사와는 격이 다른 제품을 만들어 빨리 격차를 벌리는 방법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조성진 LG전자 HA(홈어플라이언스)사업부장(사장)도 “저렇게 무작정 따라하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좀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디자인, 핵심기술 개발에서 앞서나갈 수 있도록 속도를 높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기업조차도 중국 모방 제품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에서 중소업체가 중국에 진출하기는 더욱 어렵다”며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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