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단장한 DDP-서울패션위크, 제대로 된 역할 할 수 있을까 [김민정의 시스루]

입력 2014-03-24 06:51

  • 작게보기

  • 기본크기

  • 크게보기

▲사진=뉴시스

‘쿵쿵’ 2014 F/W 서울패션위크가 시작을 알렸다. 이번에는 공사를 시작한지 약 5년 만에 완공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디자이너들이 각양각색 의상을 선보인다. 지난 21일 오후 5시쯤 독특하고 개성 넘치는 패션센스를 발휘한 패션피플이 DDP에 모였다. 시스루 의상을 비롯해, 짧은 크롭티에 스키니진, 골드색 액세서리로 한껏 멋을 부린 사람도 눈에 띈다. 핑크컬러의 점프슈트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쌀쌀한 날씨에도 짧은 미니스커트나 팬츠 등으로 멋을 포기하지 않는 이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볐다.

이번 패션쇼는 DDP의 S1, S2, S3 총 3개의 관에서 열렸다. 2014 F/W 서울패션위크의 포문을 여는 쇼는 홍승환 디자이너의 ‘로리엣’이였다. 해당 쇼는 S2(지하 2층)관에서 열렸다. 그러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한 관객이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다. 안내요원에게 길을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저도 잘 몰라요”였다. 그는 허수아비인가. DDP의 첫 인상부터 곱지 않았다. 우주선 모양을 한 DDP는 미로를 연상시키는 구조인데다 일부 문은 폐쇄돼 있고 안내표지판도 보이지 않아 불만을 토로하는 관객도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사진=뉴시스

이뿐만 아니다. 5시 예정된 쇼가 20분이나 지연됐고, 5시 30분에 열리기로 한 정두영 디자이너의 반하트 디 알바자 역시 제 시간에 열리지 못했다. 특히 계단식이 아닌 평면 좌석배치로 인해 모델들의 머리밖에 보이지 않자 사람들은 쇼 시작과 함께 일어서서 앞쪽 구석진 곳으로 몰려가거나 그냥 자리에 착석한 채 쇼 음악만 즐기는 우스꽝스러운 현상이 벌어졌다. 디자이너의 작품감상이 아닌 참석의 의의를 두는 꼴이 되고 만 것이다. 거기다 맨 앞줄은 유명 셀렙(Celebrity 줄임말)을 위한 자리로 연예인들이 줄지어 앉았다. 이건 결코 보여주기식의 쇼에 불과했다. 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자신의 의상을 보여주기 위해 애쓰는 디자이너도 있었다. 고태용 디자이너의 ‘비욘드클로젯’이다.홀 한가운데 몇 가지 구조물을 놓고 10여명의 모델을 한꺼번에 내세워 약 10분간 콘셉트에 맞춰 포즈를 취한다. 이를 3~4번 반복했다. 관객들은 자유롭게 이동하며 패션쇼를 관람하는 형식이다. 기존의 런웨이 방식을 탈피한 독특한 발상이었다. 앞선 패션쇼와 정말 대조적이다.

서울패션위크는 K패션의 꽃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를 바라보며 우리패션산업의 성장을 함께 해나가는 주춧돌 역할을 하고 있다. 신진디자이너를 발굴해 육성하는 디자이너 등용문 역할도 톡톡히 한다. “내가 다른 곳에서 하면 후배들을 위한 자리가 생긴다”라는 한 기성디자이너의 말 속에서 패션위크의 치열한 경쟁이 느껴지듯 힘들고 어렵게 자리를 꿰찼으면 그에 마땅한 역할을 해야하지 않을까. 세계 최초의 신제품과 패션 트렌드를 알려주고, 새로운 전시를 통해 지식을 가르쳐주며, 다양한 디자인을 체험하게 하는 콘텐츠로 운영하고자 하는 야심찬 포부를 드러낸 DDP도 마찬가지다. DDP와 서울패션위크가 한국을 넘어 아시아, 전 세계로 향하는 디자인과 패션 산업의 발신지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댓글
0 / 300
e스튜디오
많이 본 뉴스
뉴스발전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