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부는 파업에 대한 대비책 없는 강공(强攻) 드라이브로 노조와 팽팽히 맞서고 있다.‘노조반발’이라는 큰 산을 넘지 못한다면 “이번만은 다르다”는 박근혜 정부의 공공기관 개혁이 용두사미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0일 양대노총 산하 6개 연맹 대표자회의에서 304개 공공기관 노조가 동시에 임단협에 참여키로 최종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각 공기업 단위노조가 공대위 지침에 따라 동일한 일정과 전략으로 ‘임금 교섭’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다.
공대위 관계자는 “304개 공공기관 노조 대표들은 이번 회의에서 임금인상률 뿐만 아니라 임단협 교섭 방침이나 가이드라인을 공유하고 공대위에 교섭권을 위임하기로 결의했다”고 설명했다.
공대위는 앞으로 정부에 동시 임단협을 위한 직접 교섭을 요구할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임단협은 노사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공기업 노조와 직접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동시 임단협이 결렬될 공산이 크다. 공대위는 정부와 교섭이 무산될 경우 쟁의행위의 명분을 쌓게 되는 만큼 곧바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5~6월 춘투(春鬪)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지게 돼 노·정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할 전망이다.
더욱 문제는 공공기관 노조가 정부의 경영정상화에 맞서 파업에 돌입할 경우 불어닥칠 후폭풍이다. 우선 지난 철도파업 때처럼 치러야 할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은 데다 국민의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 밖에 없게 된다.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정부가 공공요금 현실화 등 근본적인 문제는 손대지 않으면서 공기업 직원들의 복지만을 삭감하는 밀어붙이기 개혁을 이어갈 경우 정부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노조가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의 ‘묻지마식 정책사업’으로 부채가 늘었다고 주장하며 낙하산 인사부터 근절하라고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낙하산 인사 방지책인 ‘공공기관 임원자격 기준 강화’는 공기관 정상화 이행계획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세부실행과제에서도 빠져 사실상 유야무야됐다.
오정근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은 “정부가 공기업의 과도한 부채와 방만경영을 해소한다는 명분으로 복지삭감 압박을 가하면서 낙하산 인사 문제는 도외시하고 있다”면서 “노조를 설득할 근거를 마련하지 않는 다면 공공노조에 조직적 저항의 빌미만 제공하고 노정간의 파열음만 커질 것”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