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힐링]기침·천식 가라앉히는 '은행나무'

입력 2014-03-1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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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종석의 숲과 나무의 가치

19세기의 위대한 발견 중 하나인 아스피린. 독일의 화학자 호프만이 아버지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버드나무 잎과 껍질을 이용해 해열진통제인 아스피린을 발명했다. 최근 매년 겨울마다 우리나라 축산 농가를 긴장시키고 피해를 주고 있는 조류독감 치료제 타미플루는 중국 남부에서 자생하는 스타아니스(팔각)라는 식물에서 추출한 성분을 이용해 만들고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생물의 종류는 지금까지 175만종이 밝혀졌는데,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생물은 10만종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식물은 4310종 정도다.

그러나 우리가 이용할 수 있는 약효나 이용 방법이 개발된 식물은 5%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니 앞으로 더 많은 연구와 개발이 필요할 것이다.

그중 우리나라에 골고루 분포돼 있어 가을이면 노랗게 물든 나뭇잎을 책갈피에 끼워 두고 책장을 넘길 때마다 추억을 꿈꾸던 나무가 은행나무다. 은행나무에는 플라보노이드가 들어 있어 유충이나 곰팡이 바이러스를 살균·살충해 주는 역할을 하므로 책을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약 2억년 전인 중생대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온 은행나무는 은행나무과에서 유일하게 현존하는 종이며 다윈은 은행나무를 살아있는 화석이라고 말했다. 은행은 익혀 먹으면 폐를 따뜻하게 하고 기를 북돋우며 기침과 천식을 가라앉힌다. 본초강목과 중약대사전에서는 심장의 기능을 돕고 설사를 멎게 하며 야뇨증, 냉증, 주독해소, 강장작용에 도움을 준다고 나와 있다. 은행잎 추출물은 현기증, 이명, 두통, 기억상실, 집중력 장애 개선에 효과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은행잎은 다른 나라 은행잎에 비해 효과나 성분이 10배 이상 높다고 한다. 한때 외국에 수출까지 하던 효자 상품이기도 하다. 은행잎 추출물을 이용해 개발된 징코민은 혈액순환촉진제로 혈소판이 응고되지 않도록 점도를 낮춰 주고 혈관을 확장하는 역할로 심장병 예방은 물론 당뇨병으로 피가 굳어져 괴사가 일어나는 것도 예방한다. 중국의 마오쩌둥도 평소 은행잎을 달여 먹으며 건강을 유지했다고 한다.

은행은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잔주름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으며 은행잎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세포막 보호 기능이 있어 화장품 원료로도 사용된다.

열매는 당질, 지방질, 단백질이 주성분이며 카로틴, 비타민, 칼슘, 칼륨, 인, 철분 등이 많이 함유돼 있어 술안주로 많이 이용된다. 최근에는 은행이 첨가된 소면, 칼국수, 과자류도 개발, 민간요법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나무 중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큰 나무는 용문산 용문사에 있는 은행나무다. 신라의 마지막 임금인 경순왕의 세자 마의태자가 금강산으로 슬픈 여행을 가는 도중에 심었다 전해지기도 하고 신라의 고승 의상대사가 짚고 다니던 지팡이를 꽂고 간 것이 나무로 되었다는 설도 있다.

봄을 맞아 꽃봉오리들이 살포시 올라오고 있다. 봄이 되면 모두 약이 되고 건강에 유용한 나무 한 그루씩을 심어 가족과 이웃의 건강을 지키는 데 일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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