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의 2월' 마침표…기업총수들 명암 갈려

입력 2014-02-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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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에 연루된 오너 경영인들의 선고공판이 유독 많이 몰리면서 재계에서 '시련의 2월'로 여겨졌던 이달 대기업 사건 재판 일정이 27일 사실상 마무리됐다.

지난 11일 한화[000880] 김승연 회장과 LIG 구자원 회장에 이어 14일에는 CJ그룹 이재현 회장이 선고공판 법정에 섰고, 이날 SK 최태원 회장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내려지기까지 재계는 한 달간 숨죽인 채 선고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재계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냉·온탕을 오갔다. 파기환송심이었던 김 회장과 2심 재판을 받던 구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나자 기업가의 경제적 공헌을 양형에 반영해 준 데 대한 환영 기류가 경제단체들 사이에서 퍼져 나갔다.

한화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속히 경영을 정상화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며 '오너의 귀환'에 기대감을 높였다.

LIG의 경우, 구 회장과 함께 기소된 장남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차남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이 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입장이 복잡해졌지만 총수의 석방 만큼은 다행으로 받아들였다.

이후 두 회장이 선고받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라는 양형이 재벌총수에 지나치게 관대한 양형이 아니냐는 비판론이 제기됐고, 경제민주화 화두까지 함께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기류는 반전돼 갔다.

실제로 14일 이 회장의 1심 재판에서 법원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엄중한 법적 책임'을 내세우며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재계의 우려감은 증폭됐다.

이런 가운데 내려진 최 회장에 대한 대법원 판결로 명암은 확실히 갈렸다. 징역 4년의 실형이 확정되면서 내심 '파기환송 가능성'을 기대했던 SK와 재계는 정반대의 결과를 받아든 셈이다.

10대 그룹에 속하는 기업 총수가 실형을 확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도 재계에 충격을 더했다. SK는 망연자실했고, 침울한 분위기 속에 향후 총수의 경영공백을 메울 비상경영계획을 세워 나가기로 했다.

같은 달에 내려진 판결인데도 총수 4인에 대한 선고 결과가 '전반과 후반'으로 극명하게 대비되자 "매도 먼저 맞는 게 낫다는 교훈을 일깨워줬다"는 등의 볼멘소리가 업계 일각에서 나돌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총수가 기소돼 있는 다른 기업들은 불투명한 재판 전망 때문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현재 조세포탈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사기성 회사채 판매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등이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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