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선 의원, “미국 통상압력에 굴복한다면 FTA 무임승차자 급증할 것”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의 선결조건 중 하나로 ‘원산지 검증 완화’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산 도요타 자동차에 대한 우리 정부의 원산지 검증절차가 1년이 넘도록 최종결정이 내려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박주선 의원(무소속, 광주 동구)에 의하면, 관세청은 지난해 1월 미국에서 생산해 한국에 들여온 도요타 자동차에 대한 원산지 검증절차를 개시해, 지난 10월 29일 원산지 위반 예비결정을 통보했다. 이후 도요타 측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수차례 소명서를 제출했으며, 관세청의 원산지 검증 최종결정 일정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미국은 한국에 대해 원산지 검증절차를 완화하라며 통상압력을 본격화하고 있다. 미국산 도요타 자동차에 대한 원산지 위반 예비결정 이후 1달여 뒤인 12월 12일(현지시각) 웬디 커틀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보는 “한국은 TPP 가입에 앞서 한·미 FTA 이행과 관련한 우려 사항을 우선 해결해야 한다”면서, △원산지 검증 완화 △금융회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DB) 공유 △자동차분야의 비관세 장벽 완화 △유기농 제품의 인증시스템 등 TPP 참여의 4대 선결조건을 제시했다.
박주선 의원은 “원산지 검증제도는 제3국을 통한 우회수입과 FTA 무임승차자(FTA Free Rider)로 인한 관세 탈루를 방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수단”이라면서, “미국의 ‘원산지 검증 완화’ 요구는 FTA의 근간을 뒤흔드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며, 한국이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한다면 FTA 무임승차자로 인해 국내 기업의 피해가 급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박 의원은 “지난해 1월 시작한 미국산 도요타 자동차에 대한 원산지 검증절차가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한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정부는 TPP 참여를 미끼로 한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할 것이 아니라, 적법절차에 따라 철저히 원산지 검증을 진행해 ‘원산지 세탁’을 예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한미FTA가 발효된지 2년여가 되는 지금까지 원산지 검증과 관련한 한미간 정보교환을 위한 기본양식조차 마련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주선 의원실 관계자에 의하면, 관세청은 작년 9월 5일 한미 세관협력회의 시에 한미 양국은 원산지검증 현황을 서로 요청했으나, 공통서식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아직 공식적인 원산지 검증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박주선 의원은 “원산지 검증에 대한 대비가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은 원산지 위반으로 판정될 경우 ‘FTA 관세혜택’이 아니라 ‘FTA 관세폭탄’을 맞을 우려가 있다. 이같은 피해를 사전적으로 예방하고 교육을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미국의 원산지 검증현황은 정부가 가장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할 자료”라면서, “정부가 한미FTA 발효 2년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원산지 검증통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FTA 체결에만 몰두하고 있는 ‘통상당국의 극도의 무능’이라 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