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포스코·GS그룹 3곳 이미 실시…노조 반발 커 노사 협의 진통 예고
27일 재계에 따르면 10대 그룹 중 임금피크제를 실시하고 있는 곳은 LG, 포스코, GS 등 3곳이다. 현대차의 경우 2012년 노조 측에 제안했지만 반대에 부딪혀 시행하지 못하고 있지만, 나머지 그룹들은 고용경색의 해법으로 임금피크제를 주목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란 근로자의 계속 고용을 위해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임금을 조정하고, 일정 기간의 고용을 보장하는 제도다. 일례로 2008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LG전자의 경우 정년을 만 55세에서 58세로 연장하는 대신 53세에서 55세까지 호봉을 동결한다. 이어 56세는 연봉의 90%, 57세는 80%, 58세는 70%를 각각 지급한다.
재계는 임금체계 개편이 노조와의 합의가 중요한 만큼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통상임금에 정년연장까지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며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대응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지만 현재 임금피크제 말고는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피크제에 대해 노조의 수용 여부도 관건”이라며 “접점을 찾기 쉽지 않고, 노조를 괜히 자극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쉬쉬 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 가운데 최근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피크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눈길을 끈다.
경총의 임금피크제 모델은 두 가지다. 정년(현행 기준) 2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거나 정년 연장에 따라 늘어나는 근무 기간에만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경총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이 연장되면 기업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을 공론화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임금피크제는 혼란만 가중되고 있는 통상임금 문제에 대한 효과적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임금은 대법원 판결과 고용노동부의 노사 임금지침이 엇박자를 내면서 복잡한 상황이다. 대법원은 정기 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했지만 고용부는 재직 중인 근로자에게 지급할 경우라는 단서를 달아 노사 간 다른 해석의 빌미를 줬다. 대법원의 판결을 환영했던 노동계가 사측에서 모든 상여금, 수당 등에 재직자 기준을 추가하려 할 것이라며 비판하고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통상임금에 가장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곳은 생산직 근로자 비중이 높은 자동차·조선·중공업 부문이다. 생산직은 사무직보다 기본급이 낮지만 초과근무 수당이 많아 상여금 수준이 높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통상임금 범위 확대에 따라 1년간 최대 1조4000억원 이상의 인건비 추가 부담을 예상하고 있다.
이들 자동차·조선·중공업 부문의 기업이 임금피크제 도입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중공업 업계는 이미 정년 이후 재고용 형태로 임금피크제를 대신하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을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다.
중공업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계속 나빠지는데 늘어나는 고정비용을 줄이는 게 쉽지 않다”며 “정년 이후 재고용 형태로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2016년 법적으로 60세 정년이 보장되면 (임금피크제 등) 다른 방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다른 관계자도 “대다수의 기업이 호봉제의 임금체계를 운용하고 있어 회사 근무기간이 길어질수록 연봉이 높아지는 구조”라며 “임금체계 개편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올해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사업장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 기업이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를 선택해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연장, 55세 이후 일정 연령부터 임금을 연차별로 10∼20% 이상 줄이면 해당 근로자에게 최대 5년 동안 연간 840만원까지 지원한다. 정년을 56세 이상 60세 미만으로 연장했을 때는 최대 5년 동안 연 720만원까지 지원한다. 더불어 정년퇴직하는 근로자를 3개월 이내에 재고용하면 연간 600만원 한도로 지원금을 주는 재고용형 임금피크제 지원 기준도 현행 퇴직 시 임금의 30% 감액에서 20% 감액으로 완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