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부터 보조금으로 인한 사용자의 차별을 해결하기 위해 야심차게 단통법을 추진 중이지만 법안 통과가 녹록치 않을 전망이다. 학계의 반대 목소리가 거센 데다가 관련 법안을 심의하는 일부의원이 교체되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일 명지대 조동근 경제학과 교수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법과 관련한 토론회에서 “단통법이 오히려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킨다”고 강하게 지적했다.
조 교수는 “단통법대로 지원금을 일정 금액으로 묶으면 차별적이지는 않겠지만 단말기 가격은 비싸진다”며 “보조금을 규제하면 소비자 부담이 커져 소비자 후생은 오히려 감소한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방통위의 SK텔레콤 보조금 심결자료를 분석한 결과, 법 시행 이전 평균 보조금은 35만2000원이었지만 법이 시행되면 그 액수가 27만원으로 줄어들어 소비자는 평균 8만2000원의 손해를 본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통법 대신 현행 이통사의 요금인가제를 폐지, 요금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양준모 경제학과 교수 역시 법안에 반대하면서 “단통법은 이통사들의 가격경쟁을 제한해 가뜩이나 비정상적인 시장을 더 비정상적으로 고착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학계의 반발과 함께 국회 내부에서도 파열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단통법을 심의하는 관련 상임위 법안소위 위원들이 일부 교체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의원 중 단통법에 통과에 관심이 높았던 노웅래·유성엽 두 의원이 법안심사소위에서 빠진다.
노 의원은 민주당 사무총장에 임명됐고 유 의원은 전북지사 선거 출마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단통법 국회통과를 위한 첫 관문인 법안심사 소위 인사들이 교체되면서 단통법 통과는 더 불확실해졌다고 해석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이통3사는 단통법 통과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시장 실패를 개선,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단말기 경쟁 구도를 정상화하기 위해 단통법 통과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이통3사도 “단통법이 통과되면 소모적 마케팅 비용이 줄고 서비스 경쟁 중심으로 경쟁구도를 재편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