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미 군사훈련 트집… 정부 “합의 지켜져야”
북한이 이산상봉 행사 개최를 합의한 지 하루 만에 한·미합동 군사훈련과 북측에 대한 비방 중상을 중지하지 않으면 상봉 행사를 재고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북한 국방위원회는 6일 정책국 대변인 성명에서 “민족적 화해와 단합을 이룩하기 위한 중대사를 합의하고 그것을 실행시키자고 하는 현 시점에서 상대방을 반대하는 침략전쟁연습을 강행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라며 “위험천만한 핵전쟁 연습 마당에서 흩어진 가족, 친척상봉 행사를 치른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북측의 이 같은 태도변화는 인도주의적 사안인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압박수단으로 활동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산 상봉을 핑계로 이달 말 실시하는 키 리졸브 연습 중단을 얻어내기 위한 속셈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북한은 한·미군사연습 키 리졸브와 독수리연습이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킨다는 주장을 펼쳐 우리 정부에 대한 비난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오는 20~25일 예정인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북측은 또 최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이 구두를 신고 애육원 방 안에 앉았다고 보도한 한국 언론 등을 거론하며 “우리의 최고 존엄에 대한 험담과 악랄한 비난은 그 어떤 경우에도 용서받을 수 없다”고 목청을 높였다.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그간 이산가족 상봉을 대남 압박수단으로 이용해 왔다는 점에서 이번에도 남북관계를 주도할 카드로 사용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쪽으로는 ‘대화’의 손을 내밀고, 다른 한쪽으로는 ‘도발’을 준비하는 전형적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는 공식 입장 자료를 내어 “북측이 실무접촉에서는 군사훈련에 대해 아무 말이 없다가 이제 와서 이산상봉과 군사훈련을 함께 할 수 없다고 하는 것은 온당치 못한 자세”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