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원전 제로’를 놓고 전현직 총리들의 전쟁이 벌어졌다.
도쿄도 지사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일본 총리는 원자력발전소 재가동 중지와 재생가능에너지 보급 확대를 선거공약으로 내걸었다.
원전 재가동을 내건 아베 신조 현 총리에 반기를 든 것이다.
여기에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가 호소카와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 고이즈미는 아베의 정치적인 멘토로 극우인사여서 진보파인 호소카와 전 총리와 성향이 반대지만 ‘원전 제로’에 있어서는 뜻을 같이하고 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유출 직격탄을 맞았던 노다 요시히코와 간 나오토 등 민주당 출신의 전 총리 두 명도 호소카와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반면 도쿄올림픽 대회조직위원장인 모리 요시로 전 총리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 TV프로그램에서 “6년 후에 올림픽을 치르려면 더 많은 전기가 필요하다”며 “만일 원전 제로 정책이 채택된다면 올림픽을 반납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두 진영 모두 나름대로 명분이 있다. 원전 찬성파는 지금 원전을 재가동하지 않으면 에너지 비용 증가, 전력난 등으로 일본 경제가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호소카와는 일본이 원자폭탄과 원전사고를 모두 겪은 세계에서 유일한 나라로 이런 비극을 다시 겪지 말아야 하며 재생가능 에너지산업을 육성해 새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다만 호소카와와 고이즈미의 비전이 더욱 원대한 것만은 사실이다. 원전 제로는 어려운 길이며 이를 실현하려면 많은 혁신이 따라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실험이 성공한다면 글로벌 녹색혁명의 시발점이 될 수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의 윌리엄 페섹 칼럼리스트는 호소카와의 승리는 일본에 어마어마한 기회를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베가 걷는 쉽고 고리타분한 길을 갈지, ‘원전 제로’라는 어렵지만 원대한 꿈을 택할 것인지 다음달 9일 도쿄 시민의 선택에 달렸다.